승부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지난 2013년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아예 폐지하는 법안을 들고 나왔다가 정부는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정책의지를 접는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정부는 높은 세금 전자신고율에 주목, 이를 견인한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정책목적이 달성됐다는 명분으로 폐지안을 추진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현재 보다 절반 수준으로 깎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는 적용시기를 2019년 1월1일 이후로 잡았다. 내년부터 당장 적용하는 방향으로 잡을 경우 세무대리 업계의 강한 반발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법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한 카드로 시행시기를 뒤로 미루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소득세와 법인세 신고 1건당 2만원, 부가가치세 신고 1건당 1만원으로 세무대리인이 받을 수 있는 총 공제한도는 세무사·회계사(개인) 연 400만원, 세무·회계법인 연 1000만원이다.

이 제도로 인해 세무대리 업계가 간접적으로 얻는 이득은 연간 700~800억원 수준.

정부의 방안은 세무사·회계사(개인) 연 200만원, 세무·회계법인 연 500만원으로 공제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며, 실제로 정부 방안대로 2019년 개정세법이 적용되면 세무대리 업계 입장에서는 연간 350~400억원 수준의 수익원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

"줄이겠다vs더 늘려야 한다"…창 대 창 '쨍강'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세무대리 업계는 대번에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세무대리 업계 일각에서는 집단적인 전자신고 거부 등 실력행사를 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세무대리 업계가 이 부분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수익원을 잃게될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판단과는 달리 전자신고율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무대리인들의 적극적으로 조력했기 때문이며 만약 전자신고를 하지 않고 수기로 작성한 서면신고를 하게 될 경우 국세행정은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무대리 업계의 의견이다.

즉, 정부의 조세행정을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이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무대리 업계에 대한 불필요한 지원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무대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전자신고율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목표가 있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납세자와 국세청이 직접해야 할 일을 세무대리인들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보전의 개념이며 늘렸으면 늘렸지 줄여서도 폐지해서도 안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신고가 정착되어 가는 단계라는 정부의 판단이 의심스럽다. 세금신고 때 일선 현장에 가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세무대리인들이 전자신고를 하지 않고 대량의 서면신고를 하면, 국세행정은 일거에 마비될 것이다. 세무대리인들이 전자신고세액공제로 큰 돈이나 벌어들이는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세무사회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태세다.

세무사회는 전 세무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대하는 탄원서 서명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무사회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과세표준, 부가가치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경제활성화 정책 등으로 포함한 조세제도의 정착을 위한 일시적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과세당국에서 부담해야 할 행정인력비용과 제반비용을 세무사가 부담함으로써 발생되는 종사직원의 인건비, 교육비, 전산인프라 운용비 등 투입비용에 대한 실비보전적 업무대행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당 최저 인건비(64.4% 증가, 2018년/2012년), 물가인상 등으로 세액공제의 증액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함에도 2012년 세액공제한도액을 증액한 이래 약 6년간 세액공제가 증액된 사실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법인 대상 성실신고확인제 도입 방안도 세무대리 업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현행 성실신고확인제 적용대상을 점진 확대(농업, 도·소매업 등 수입금액 20억 이상→(18년~19년) 15억 이상 (20년 이후) 10억 이상, 제조업, 숙박·음식업 등 수입금액 10억 이상→(18년~19년) 7.5억 이상 (20년 이후) 5억 이상 등)하고 내년부터는 ▲해당 사업연도의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합계가 전체의 50% 초과 ▲부동산임대업 법인 또는 이자·배당·부동산임대소득이 수입금액의 70% 이상인 법인 등 '소규모법인 요건'에 해당하는 법인과
성실신고확인대상으로 개인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후 3년 이내의 법인 등도 모두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울타리 안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의도는 개인사업자가 성실신고확인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하는 통로를 막는 한편 세원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소규모법인에 대한 세원관리를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성실신고확인제를 무턱대고 확대하는 것은 세무대리 업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재로 인한 부실검증 위험성과 이에 대한 책임을 온통 세무대리인들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등 현행 성실신고확인제의 문제점은 고칠 생각은 않고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언뜻 일거리가 늘어나니 세무대리 업계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여지도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라며 "지금도 그렇지만 소규모 법인들에게 제대로 된 수임료를 요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세무대리인들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납세자가 제시하는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에 추후 부실검증 책임만 더욱 가중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