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으로 증세 카드보다는 특정한 목적에 한정되어 운용되고 있는 세금인 '목적세' 손질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지난 16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주최하고 법무법인 율촌 후원으로 진행된 '조세정책토론회(소득재분배 바람직한 방향은?-최고소득층 세율인상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 부문장은 "부족한 재원마련을 위해 지금 시점에서 꼭 증세가 필요한가, 라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아직은 성급한 결정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증세가 됐던지, 핀셋증세가 됐던지 간에 어떤 부담을 요청하기 이전에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그 합리적인 판단은 목적세를 폐지하고 일반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문장에 따르면 목적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방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14조원), 교육세(4조8000억원), 농특세(2조6000억원) 등 약 20조원 가량이 목적세로 운용 중이다. 

이 부문장은 "일부 목적세는 농촌지역의 유동인구가 없는 도로에 포장비용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사실상 우선순위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반복적인 예산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목적세를 가장 필요한 부분에만 배정한다면 증세를 통해 확보하려는 예산의 1/3을 확보할 수 있어 증세 폭과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이 부문장은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다면 부가가치세 세율인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추천하고 있는 증세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진하는데 있어 어떤 조세정책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할 것이냐 등의 실험은 과거 유럽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했다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역사적 교훈을 얻었다"며 "이런 영향으로 국제기구에서 제안하는 증세방안이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핀셋증세에 대한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부자증세가 지지를 받으려면 초고소득자들이 그동안 형평성 측면에서 세금납부가 미흡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며 "통계를 보면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80%를 납부하고 있고, 소득세도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의 40%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도 상위계층에 대한 증세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 담세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계층에 대한 계속적인 증세 시도가 과연 정당성이 있는지, 결코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