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을 두고 고소득자·대기업만을 겨냥한 이른바 '핀셋 증세'만 이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도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라며, 공평과세에 부합되도록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이하 내만복)'는 3일 논평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금액인 '2000억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 22%에서 25%로 올리고, 소득세는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을 각각 40%, 42%로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여기에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 인하(7→3%),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대기업 세액공제 축소 등의 조세특례 제도마저 손질되면서 '부자 증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내만복은 "문재인 정부 공약이행 재원이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연간 35조6000억원인데, 이번 증세규모가 연간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공약이행 재원 산출에 대한 과소추계 논란까지 고려하면 증세라는 정공법에 의한 확보되는 재원은 10%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원 마련책으로 증세 이외에 세출 구조조정, 초과세수를 들 고 있는데, 이 조치만 가지고서 재원을 조달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내만복은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밝혔듯이 세출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 과제이며, 초과세수도 5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예상하기에는 불안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증세대상도 사실 '표적'에 가깝다.

법인세 과세표준 금액이 2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129개(2016년 신고기준)로, 총 신고기업 64만5061개의 0.02%다.

소득세도 과표구간이 3억원을 넘긴 근로자를 대상으로 세율을 2%포인트씩 올리는 것인데, 증세 타깃은 9만3000명(2015년 귀속소득 기준)이다. 근로소득자 기준으로는 고작 0.1%다.

내만복은 이에 대해 "효과가 불투명했던 2009년 감세를 원상회복 차원에서 최소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가 아닌 200억원 초과를 증세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증세 효과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과세표준 2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미만 구간의 세율도 인상할 필요다 있다는 것이다.

소득세도 주식양도차익이나 주택임대소득 과세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내만복은 "대주주 범위도 현 25억원이 종목별 기준임을 고려하면 좀 더 빠른 속도로 활대할 필요가 있으며, 주택임대소득의 경우도 건강보험료 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증세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최소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만복은 "문재인 정부는 핀셋 정부를 넘어서 자신이 주창한 '포용적 복지국가'에 부응하는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촛불민심의 힘을 믿고 적극적인 조세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