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공평과세' 외치더니…결국 '1%' 고소득자 지갑만 턴다	2017.08.02
◆…증세, 우선 고소득부터…면세근로자는 언제쯤? = 정부가 소득세 과세표준 금액을 올리고, 최고세율도 현 40%에서 42%까지 인상했다. 과세형평성의 논란이 면세근로자 축소 방안은 올 하반기에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기자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무너뜨렸다.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덜한 고소득자만을 표적으로 한 증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소득재분배율을 높이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증세 필요성과 여론 동향 등을 감안하면 수긍 할 수도 있지만 이른바 '부자증세'만 해선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당수 근로자를 그대로 방치해 둔 채,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공평과세 측면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소득자 세금 얼마나 더 내야 하나 2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금액인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이 올라간다.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과표구간의 세율은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은 40%에서 42%로 오른다. 38%의 세율을 적용받는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구간을 비롯한 나머지 과표구간의 세율은 변함이 없다. 직접적인 증세 대상은 약 9만3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로소득 기준으로는 상위 0.1%에 해당하는 약 2만명, 종합소득으로는 상위 0.8%인 약 4만4000명, 양도소득자 2만9000명(상위 2.7%) 등이 과세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령 총급여액이 3억9200만원 근로자가 있다고 치자. 현재의 38% 세율을 적용했을 때 산출세액은 1억1360만원인데, 세율 개정 후에는 100만원이 늘어나게 된다. 31억1400만원을 버는 근로자의 경우 산출세액은 현행보다 5400만원이 늘어난 12억2460만원이다. 4인 가족(홑벌이, 20세 이하 2자녀)의 기본공제(600만원)을 적용한 사례다. 과세표준이나 산출세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공제하기 이전이기에 납부해야 할 세금은 차이가 있으나 현재보다 크게 늘어난 세부담을 짊어진다는 사실은 흔들림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세법개정으로 연간 1조8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거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일세율 국가(동구권 5개국), 연방국가 등 국세 비중이 낮은 국가(스위스 등 5개국)을 제외한 25개국의 평균 소득세율은 41.9%다. 표적증세로 분배 글쎄... '개세주의'는 어디다 팔아 먹었나 정부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데는 계층 간 소득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담세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적정화시키면서, 소득재분배 개선을 통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만든 재원을 정부가 중하위 계층 지원에 직접 쓰는 형태로 소득양극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OECD 자료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소득세 증세로 큰 재분배 효과를 얻으려면 저소득층을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세율을 일률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소득수준별 세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소득구간에 세율을 3%p 올리면 세수가 현재보다 38.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율 24%·35% 구간을 건드릴 경우 6.3% 증가에 그쳤다. 부자증세 만으로 재원 마련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바꿔 말해 적정하게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2014년 현재 우리나라가 4.00%로 OECD 평균 8.42%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조세형평을 위해선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귀속소득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약 810만명으로 납세대상자(약 1733만명)의 46.8%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조세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면세근로자 축소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서민 조세저항'에 눈치만 볼 여지가 높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평과세' 외치더니…결국 '1%' 고소득자 지갑만 턴다

2017.08.02

◆…증세, 우선 고소득부터…면세근로자는 언제쯤? = 정부가 소득세 과세표준 금액을 올리고, 최고세율도 현 40%에서 42%까지 인상했다. 과세형평성의 논란이 면세근로자 축소 방안은 올 하반기에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기자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무너뜨렸다.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덜한 고소득자만을 표적으로 한 증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소득재분배율을 높이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증세 필요성과 여론 동향 등을 감안하면 수긍 할 수도 있지만 이른바 '부자증세'만 해선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당수 근로자를 그대로 방치해 둔 채,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공평과세 측면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소득자 세금 얼마나 더 내야 하나 2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금액인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이 올라간다.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과표구간의 세율은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은 40%에서 42%로 오른다. 38%의 세율을 적용받는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구간을 비롯한 나머지 과표구간의 세율은 변함이 없다.

직접적인 증세 대상은 약 9만3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로소득 기준으로는 상위 0.1%에 해당하는 약 2만명, 종합소득으로는 상위 0.8%인 약 4만4000명, 양도소득자 2만9000명(상위 2.7%) 등이 과세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령 총급여액이 3억9200만원 근로자가 있다고 치자.

현재의 38% 세율을 적용했을 때 산출세액은 1억1360만원인데, 세율 개정 후에는 100만원이 늘어나게 된다. 31억1400만원을 버는 근로자의 경우 산출세액은 현행보다 5400만원이 늘어난 12억2460만원이다. 4인 가족(홑벌이, 20세 이하 2자녀)의 기본공제(600만원)을 적용한 사례다.

과세표준이나 산출세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공제하기 이전이기에 납부해야 할 세금은 차이가 있으나 현재보다 크게 늘어난 세부담을 짊어진다는 사실은 흔들림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세법개정으로 연간 1조8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거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일세율 국가(동구권 5개국), 연방국가 등 국세 비중이 낮은 국가(스위스 등 5개국)을 제외한 25개국의 평균 소득세율은 41.9%다.

표적증세로 분배 글쎄... '개세주의'는 어디다 팔아 먹었나

정부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데는 계층 간 소득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담세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적정화시키면서, 소득재분배 개선을 통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만든 재원을 정부가 중하위 계층 지원에 직접 쓰는 형태로 소득양극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OECD 자료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소득세 증세로 큰 재분배 효과를 얻으려면 저소득층을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세율을 일률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소득수준별 세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소득구간에 세율을 3%p 올리면 세수가 현재보다 38.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율 24%·35% 구간을 건드릴 경우 6.3% 증가에 그쳤다.

부자증세 만으로 재원 마련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바꿔 말해 적정하게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2014년 현재 우리나라가 4.00%로 OECD 평균 8.42%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조세형평을 위해선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귀속소득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약 810만명으로 납세대상자(약 1733만명)의 46.8%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조세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면세근로자 축소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서민 조세저항'에 눈치만 볼 여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