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일몰(폐지)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대부분이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다. 일몰이 예정된 크고 작은 조세지출 제도들을 정비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사실상 상당수가 제도적 보완 없이 단순 연장될 전망이다.

정부가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는 50개로 일몰이 종료되는 제도는 5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지출 제도 폐지율은 10%로, 작년(25개 중 4건, 16%)보다 더 떨어졌다.

정부가 조세지출 제도를 없애는 데는 정책목표를 달성했거나 조세지출 지원 실적이 미미하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에 대한 과세특례,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 등에 대한 과세특례, 기업 간 주식 등의 교환에 대한 과세특례, 임대주택 부동산투자회사의 현물출자자 과세특례 등의 제도는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게 된다.

재설계되는 제도 19개 가운데 혜택 축소가 6개이고 조정·확대되는 것이 13개다.

안전설비·생산성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은 다른 제도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대·중견기업이 적용받는 공제율을 낮췄다. 또 기업들이 '일자리 늘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고용증대세제'로 합치면서 공제 폭을 늘렸다.

여성의 출산·육아 지원 목적으로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한 중소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던 부분을 중견기업까지 확대시켰다.

그러나 다수의 조세지출 제도는 단순하게 일몰기한만 2~3년으로 연장시켰다.

일몰도래 50개 항목 중 26개다. 일몰이 연장되는 농업·축산업·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조항은 연 1조원이 넘는 조세지출액이 발생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성과 평가가 없어 조세지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폐지하겠다고 나열한 조세지출 제도들마저 국회논의 과정에서 '생명연장'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중소기업과 서민·중산층에 대한 비과세·감면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정비 방침을 세우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공장이전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이연, 준공공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등 제도가 정책 효과와는 별개로 살아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