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탈루 우려 많은 '유흥업소' 등 타깃
카드매출액 4% 신용카드사가 '원천징수'

물건 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신용카드사가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는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가 전격적으로 도입된다. 신용카드사들은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밀어부치기로 했다.

현재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물건 값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면 사업자는 매출의 10%를 자진 신고·납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세금탈루 우려가 많았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 보편화를 발판삼아 부가가치세 징수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가가치세는 지난 1977년 도입된 이후 40년 동안 신고·납부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세금탈루 우려가 많은 B2B(기업 간 거래) 업종의 거래(금 관련 제품, 구리·철스크랩 등) 등 일부에 대해서만 '매입자납부특례제도'를 운영해 탈루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그동안 부가가치세 탈루가 많은 소비자 대상 업종에 대해서도 세금탈루 방지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는 이에 부가가치세 탈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카드사를 '대리 징수자'로 삼기로 했다. 

타깃은 부가가치세 체납이 빈번하고 신용카드 매출 비중이 큰 유흥주점업소 등이며 구체적인 대상 업종은 추후 시행령 개정시 결정키로 했다.  

이 제도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말까지 작동하도록 했다. 일몰기한을 설정한 데는 주기적인 평가를 하기 위한 차원으로 일몰이 도래했을 때 제도의 성과를 따져 확대·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는 신용카드사가 유흥업소 카드 매출액(봉사료 제외)의 4%를 미리 떼어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카드사는 이렇게 미리 뗀 부가가치세를 '매 분기가 끝나는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국세청에 납부한다.

아울러 과세관청은 적용대상 사업자들에게 제도가 적용되는 과세기간 시작일의 1개월 전까지 통지하도록 했다.  

카드사가 대리 납부한 부가가치세액은 이미 납부된 세액이기 때문에, 적용대상 사업자는 부가가치세 예정·확정신고 때 납부세액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가령 사업자 A씨가 올린 매출액 1억1000만원(매출세액 1000만원)에서 매입액 7700만원(매입세액 700만원)을 뺀 300만원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하는데, 이 때 이미 납부된 세액 400만원이 있기 때문에 100만원이 환급되는 구조다.

부가가치세 원천징수에 따른 사업자의 자금 부담에 대한 완화 방안도 마련된다. 

신용카드사를 통해 대리납부하게 되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일정비율을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신고시 납부세액에서 공제하는 장치를 둔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자가 2019년 1월~3월까지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부가가치세 400만원을 카드사가 대리납부하게 되는데 이 때 대리 납부한 금액에 일정비율(1%)을 곱한 금액(4만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자로서는 부가세 보유기간에 따른 이득이 없기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