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고소득자가 별다른 근거없이 추계신고를 했는데도 불구 국세청이 이를 묵인해 왔던 드러났다. 이들은 추계신고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절세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1일 발표한 '기장 및 경비율제도 운영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복식부기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장부와 증명서류 없이 추계신고를 한 납세자(주사업장 기준)는 2013년 귀속 사업연도 기준 4만430명에서 2014년 4만3202명, 2015년 5만74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종합소득세 신고시 작성한 장부에 근거해 산정한 과세표준을 신고해야 하는데 수입금액이 연 4800만원 미만인 경우 간편장부를 작성하고 그 이상이면 복식부기를 해야한다.

복식부기의무자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와 그 부속서류, 합계잔액시산표 및 조정계산서 등을 내야 하며 간편장부대상자는 간편장부소득금액 계산서만 내면 된다.

종소세는 기본적으로 기록한 장부와 증빙서류에 의해 계산해야 하지만 필요한 장부나 증빙이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허위인 경우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는 기준경비율 또는 단순경비율 등의 추계방법으로 소득금액을 추계과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부 작성 여력이 충분한 연 10억원 이상 고소득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가 추계신고를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입규모별 복식부기의무자의 추계신고 현황을 보면 추계신고를 한 사업자 중 대규모인 복식부기의무자는 2013년 2942명, 2014년 3306명, 2015년 3956명이었다. 이 중 연 10억원 이상이 고소득 사업자는 2013년 1114명, 2014년 1202명, 2015년 1395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었다.

복식부기의무자가 추계신고를 하면 소득금액이 낮아져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매년 경비율 결정을 위해 업종별로 표본선정 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 귀속 사업연도 기준 3만8524명 중 1만5554명은 추계신고 시 소득금액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수입금액을 10억4800만원, 소득금액을 4억7700만원으로 기장신고한 납세자의 경우 이 납세자가 추계신고를 했을 경우 가산세(무신고가산세)를 포함해 결정세액이 1억5100만원에서 1억3500만원으로 낮아졌다.

국세청은 복식부기의무자가 추계신고를 하면 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가산세까지 내더라도 추계신고를 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뜻.

무신고가산세는 '무신고 납부세액X20%', '수입금액X7/10,000', 무기장가산세(산출세액X무기장 비율X20%) 중 가장 금액이 큰 가산세로 부과된다.

추계신고자는 장부나 증빙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필요경비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실ㅈ로 개인사업자 중 기장신고자는 최근 5년 동안 전체의 7.9%가 세무조사를 받은 반면 추계신고자는 0.9%만 세무조사를 받았다. '꼼수'를 쓴 추계신고자들이 세무조사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경정 역시 추계경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추계경정된 사업자가 주요경비 외 기준경비율만큼은 필요경비로 인정받아 기장신고한 동일 업종 사업자보다 소득이 낮아진 사례도 5749건(2011~2015년 기준)이나 발견됐다.

감사원은 "기장여건이 양호한 복식부기의무자의 추계신고가 최소화되도록 추계신고요건을 제한하거나 무신고가산세를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