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부가가치세 징수 체계가 신용카드사를 거쳐 원천징수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인데, 현재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물건이나 각종 서비스 값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면 사업자는 매출의 10%를 자진 신고·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징수 체계로는 사업자의 매출신고 누락이나 의도적인 폐업에 따른 부가가치세 체납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보편화된 신용카드사를 활용한 부가가치세를 대리징수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징수제가 탄력을 받는 데는 부가가치세를 사업주에게 넘겨주지 않고 직접 정부가 가져가기 때문에 재원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세원누수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주유소업과 주점업에 매출비중과 봉사료 등의 비율에 따라 대리징수를 시행했을 때 연평균 3700억원에 달하는 세수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제도의 근간을 마련해도 실제 실행에 옮기는 데는 적지 않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당장 카드나사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부가가치세 대리징수를 이행하려면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에 괜한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선 부가세를 사업자금으로 써오던 자금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현금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조기환급제, 매입세액에 대한 실시간 자동정산 등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도입됐을 때 영세기업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우선 대리징수제 도입 근거만 만들고 시행시기를 1년 내지 2년 뒤로 미루는 내용으로 세법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리징수제 도입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단순한 과세체계를 바꾸는 부분도 유예 기간을 둔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 된다고 해도 당장 시행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금이나 은 스크랩 등을 거래하는 소규모 업체들의 조직적인 부가가치세 탈세행위를 막기 위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의 경우도 실제 시행은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현재 국세청은 제도 도입에 앞서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어느 업종부터 우선적으로 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이 많은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신용카드 사용량이 많은 업종부터 골라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가 시행됐을 때 사업자나 카드사에 불이익이 발행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사업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카드사의 전산시스템 구축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기재부는 "매출세액을 국가가 신용카드사를 통해 원천징수할 때 매입세액을 동시에 공제받지 못하면 사업자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제도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