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세제지원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 문제 등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의 원인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원장 박형수)는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일자리 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새정부에 바란다)'를 개최하고 올해 세법개정에 앞서 학계, 재계 관계자 등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조세정책환경 ▲새 정부 정책방향 ▲납세자 의식 등을 소개했다.

특히 전 본부장은 고용시장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취업은 늘었지만 고용상황은 개선이 안 되고 있다"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청년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 낮은 임금을 주는 회사에 들어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인 웨이팅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고용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이라며 "소득재분배와 관련해선 은퇴 계층에 대한 소득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전체 지니계수를 개선하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은 세금 깎아 준다고 사람 더 뽑지 않아"

소득재분배와 일자리 창출로 나눠 진행된 토론에선 세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졌다.

서울시립대학교 김우철 교수는 "소득재분배는 조세정책의 알려진 기능이지만 일자리 창출은 교과서에 없는 기능"이라면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목표가 되어있고 조세정책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세금을 더 내고 덜 내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법을 바꿔서 일자리가 생기면 좋지만 다른 정책의 보조수단이고 유인 제공 수준이지 주된 수단이 되는 건 환상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정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면서 "조세 인센티브로 사람을 더 뽑고 하진 않는다. 사후적으로 받는 혜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자 관점에서 보면 청년들은 중소기업 보단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문제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완석 강남대학교 교수 역시 "세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뒤 "세제지원은 보조적인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일자리 늘리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은 임금 격차나 근무환경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제 지원이 대부분 중소소기업을 향해 있는데, 고용 효과가 큰 곳은 대기업들이다. 특히 고용효과가 큰 업종은 대기업이라도 고용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증세, 하긴 해야 되는데…"

토론회 참가자들은 세제 정책으로 소득재분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 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인하대학교 강병구 교수는 "낮은 조세부담률 등 조세환경을 고려하면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증세 여력은 지디피 대비 2.4~3.4%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세 여력은 있는데 어떤 분야에 얼마나 할지가 문제다. 법인세와 재산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증세를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에 대해선 2018년 말까지 과세를 유예하고 있는데 임대소득은 유예하면서 근로소득을 건들이면 과세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고 필요하면 소비에 대한 과세까지 확충하는 순서로 가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 역시 자산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해야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의 낮은 세율을 정상화하고 실효세율이 낮은 임대소득의 공제항목을 덜어내야 한다"면서 "부동산, 주식을 팔면 이득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소액주주는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어도 양도세를 안 낸다. 1주택 보유자는 집값이 뛰어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 논쟁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홍익대학교 김유찬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법인세는 실효세율을 올리고 감면을 줄이고 나중에 명목세율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런 말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국민의 동의 얻어가면서 하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조세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실효세율을 조정해 동원할 수 있는 세수와 명목세율을 조정해 들어오는 세수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명목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은 "개인적으로 정부가 바뀐게 맞나 싶을 정도"라면서 "준비가 안 된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기본적으로 조세는 지뢰밭이기 때문에 피해가자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득재분배를 원한다면 시금석은 법인세다. 법인세를 못 올리면서 소득재분배는 힘들다"며 "논의는 이미 10년간 했다고 본다. 선택을 할 시간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여자대학교 오문성 교수는 "이전 정부도 재정지출을 절감해 자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마른수건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부나 증세는 하고 싶은데 말은 못한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은 예전 정부와 다르다. 상당부분 국민들이 증세 이야기를 듣고 투표했기 때문에 증세에 대해 수긍하겠다는 국민의지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이 1순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효세율은 결국 비과세·감면 이야기인데,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간극이 크다는 얘기가 있어 줄여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득세는 지난 정부에서 과세표준을 낮추면서 증세가 이루어졌다. 슈퍼리치에 대한 추가 과세만 이루어지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