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장 당선무효 사태 바라보는 세무사들의 생각은...

이창규 세무사에 대한 한국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 조치로 촉발된 풍파가 세무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전현직 세무사회 임원 및 일반 세무사회원들을 대상으로 현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 등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반칙했다면 금메달 뺏는 것이 당연한 이치"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 세무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경악과 개탄을 금치못하겠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육두문자'까지는 아니어도, 기사에 그대로 옮기기 힘든 수준의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는 세무사들도 많았다.

그는 "이창규 세무사측이 주장한 내용 중 일부는 백운찬 전 세무사회장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를 백 전 회장이 다 해놓은 것처럼 유인물을 만들어 뿌렸다. 이런 행동 자체가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라며 "모함을 해서 상대방을 형편없는 사람 만들어 놓고 '선거는 이기면 그만' 이라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B세무사는 "선관위의 결정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허위사실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을)공격한 것을 가지고 국민의당을 수사하고 있지 않나. 모든 것을 떠나서 잘못된 것은 사후에라도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세무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당선무효를 시켜야 이러한 잘못된 선거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선거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당선되는 것은 당선무효를 시켜서라도 배제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세무사는 "올림픽에서 반칙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주면 되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준 금메달은 당연히 뺏어야 한다. 선거든 뭐든 '페어 플레이'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갈등과 분열을 계속할 바에는 세무사회를 둘로 쪼개야 한다. 복수단체로 하면 된다. 회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단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D세무사는 "선거 자체의 문제가 크다. 국세청 등의 하부단체처럼 일할 사람을 뽑는 한, 공직에서 한 자리 한 사람들 뽑을 수밖에 없다"며 "민변처럼, 잘못된 국세행정을 당당히 비판하는 위치를 세무사회가 가져야한다. 사기꾼 비슷한 세무사 이미지는 더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맨날 국회 가서 싹싹 빌고, 과실 하나 따먹으려고 하는 회장을 원하는 한 세무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이창규 세무사, 백운찬 전 회장 두 사람 모두 회원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세무사로서 수모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F세무사는 "백 전 회장이 큰 분란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 선거규정을 액면 그대로 따지면 이창규 세무사측의 규정 위반을 문제삼기 애매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의제기 시기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고 본다. 세무사회를 위해 대승적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라리 잘된 일, 이번 기회에 환부 제대로 도려내야"

G세무사는 "세무사회장이 당선된 후 임원들을 '내 사람' 위주로 구성하다보니 세무사회가 마치 정치 집단처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전제한 뒤 "(회원을 위해)봉사하는 조직이 권력화되고 수평관계에 있어야 할 회원들이 수직적으로 권한을 휘두르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당선무효 결정은 세무사회를 바로잡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곪아 있던 것들이 다 터진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태가 법정다툼으로 가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겠지만, 제 생각에는 법정다툼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래야 명명백백하게 잘잘못이 가려지지 않겠나"라며 "회 예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치부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진통을 통해 세무사회와 세무사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H세무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책임있는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며 "갈등의 당사자들은 회원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원은 안중에나 있나 묻고 싶다. 세무사회 주변에 얼쩡거리는 사람들을 싹 한번 물갈이 해야한다고 본다. 정말 회원을 위하고 회를 생각하고 조세제도와 국가재정을 생각해 진정성을 가지고 봉사하려는 마음이 하나도 안 보인다. 한심하고 회원들이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I세무사는 "한마디로 분노다. 세무사회 품격을 뒷골목 깡패 수준으로 끌어내렸다고 본다.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그렇지 용역들을 불러 회관을 장악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백 전 회장의 이의신청이 시기적으로 아쉬운 측면은 있다. 하지만 규정에 맞다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해결책이 도무지 안 보인다. 이 참에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차피 드러난 치부를 제대로 밝혀서 중병을 한번 앓고 나야 세무사회가 바로서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J세무사는 "회장에 당선됐다고 그것이 절대다수의 뜻인양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가 있어 이의제기를 하고 심의하는 과정이 우리 규정 안에 있다면 그대로 하면 되는 일 아닌가"라며 "사법기관, 검찰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대체 왜 외부용역을 동원하는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법과 규정을 다루는 세무사들이 물리적 폭력과 다를 바 없는 짓을 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제왕적 세무사회장 권한 때문에..."

그는 "세무사회 갈등의 원인은 예산을 사용하는 회장의 전횡에 가까운 권리에 집착하는 것 때문이라고 본다. 그 부분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와 투명하지 못한 정보들, 숫자로는 나오지만 디테일이 없다"라며 "예산 집행을 공정하게 해야 하는 임원들의 자세가 부족한 것 같고, 다수 회원들이 이 부분에 관심이 없어 이러한 사태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사회가 아직도 가계부처럼 장부를 쓴다. 지출 자료 제출하라 하면 방 하나 가득 매울 양이된다. 감추기 쉬운 이런 낙후된 방식을 쓰는 것이 문제다. 아직도 지출경의서를 연필로 작성하는 행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세무사도 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세무사회 집행부 자리를 놓고 과도한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세무사회는 일반 이익단체에 비해 많은 회비와 예산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죽자 살자 달려드는 것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전임 집행부 비리 밝혀야, 진실이라면 '일벌백계' 당연"

최근 검찰 고발이 이루어진 정구정 전 회장의 회비 횡령 의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M세무사는 "과거 회무에 관여했던 시절만 해도 정도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것 같다"라며 "이는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진실을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일, 털고 가야 한다. 국민의당을 봐라. 나쁜 짓 한 사람들이 더 큰소리 친다. 세무사회도 똑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N세무사는 "과거에는 예산을 횡령하는 등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요즈음 일어난 일들이 조사결과 진실로 밝혀진다면 분명 범죄행위다"라며 "이건 정말 아니다. 맨날 그 사람을 둘러싸고 편가르고 싸우고, 원인이 먼지 이번에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O세무사는 "현재의 상황은 '특정한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같다"며 "제도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특정세력이 세무사회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 같다. 그런 내용을 회원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회를 아끼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바꿔보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마음이 회원들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