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차량을 업무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법인들에게까지 과도한 납세협력비용을 강요하고 있다."

업무용 법인 차량의 경비 처리 방식에 규제가 생기면서 법인들의 불만의 소리가 여전하다.

정부가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고 나서 사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를 막겠다고 시행한 과세방안에 따라, 법인들이 의무적으로 운행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에 불합리한 부분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올해 세법개정안에 어떤 형식으로는 규제방식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초 발표되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 업무용 차량과 관련한 납세협력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을지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무용 차량을 보유한 법인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가입해야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용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차량 1대당 들어가는 감가상각비, 임차료, 유류비, 자동차세, 보험료, 수리비, 통행료 등을 합쳐 연간 1000만원까지는 전액 경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업무용 차량 비용이 1000만원을 넘었을 때는 차량별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주행 비율만큼 경비처리가 되는 구조다.

업무용 차량을 개인 용도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법인들에게 과도한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재부에 운행기록부 작성 면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법개정을 건의했다. 건의안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실법인은 적격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업무용 차량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운행기록 작성 면세 요건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연말이 되어서야 비용 집계가 완료되기에 결국 기업 스스로 운행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며 이에 따른 어플리케이션 사용, 기록장치 구입 등 과도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업무용 차량을 3년 간 임대한 경우에도 감가상각비 추인까지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차량도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임직원 대상 차량 지원에 대해 현지 기준으로 과세가 되는 국가도 있어, 국내에 거소가 없는 해외 직원의 경우 사적 사용분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세무사회도 업무용 차량 비용의 경비처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세법개정을 건의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개정 건의는 업무용 사용이 명확히 입증되는 비용은 손금 산입 요건에 포함하고, 2016년 1월1일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만 전용보험 가입일수를 적용해 비용이 인정되는 부분도 고쳐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도 법인들에게 과한 부담을 지우는 규제 수위를 낮추는 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이나,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용 차량 관련비용의 면제 한도(현 1000만원)를 올리거나, 감가상각비가 연 800만원을 넘지 않을 때 운행기록부의 작성하는 면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운행기록부 등 세무당국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의 부담을 이유로 업무용 차량 과세 취지를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