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복지 수준 향상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처장 : 김춘순)은 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조세정책방향'을 주제로 나라살림 토론회를 열고 정치권과 학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이만우 고려대 교수, 황성현 인천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교수가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인기 있을 때 세금 올려야"

3대 세목(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에 관해 논의한 첫 번째 토론에선 문재인 정부 초기에 증세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 수준 향상 문제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모두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사절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을 지원했지만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았고 수출을 지원했지만 고환율로 인해 물가만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남은 건 소득재분배를 소비활성화 밖에 없다"며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이야기 말고 소득재분배형 복지를 해야 한다. 이미 양극화 해소는 진보만의 이슈가 아니고 합리적 보수의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29일에 국정위에서 조세정책과 관련한 발표를 했는데 많이 실망했다. 총론은 조세정비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인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월세세액공제 확대가 그나마 눈에 띄는데, 총 급여 7000만원이 기준이다. 이는 상위 10%에 해당한다. 상위 20%정도인 5000만원으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 법인세는 현재 3개 구간에서 2개 구간으로 나누고 명목세율도 25%수준으로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증세를 통해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조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소득재분배인데, 재분배 효과가 OECD 평균의 4분의 1수준"이라며 "재분배를 위해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과 법인세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명목세율을 25%로 올리면 최소 33조6000억원이 생긴다. 소득세 과세표준은 6개 구간으로 돼있는데, 38% 구간은 필요 없다. 5개 구간으로 하고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 누진적으로 세율을 적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의당은 사회복지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인세의 일부를 사회복지에 쓰이게 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조세부담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인세는 물론, 담뱃세 등 기타 세율도 총동원해 조세부담률을 현재보다 3%가량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감세 정책으로 18%수준을 계속 유지하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19%대로 올라갔다. 향후 4~5년 내에 최소 21.5%~22%까지 놀라가지 않으면 국가부채만 쌓이고 소득재분배 정책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 국정위에서 올해 큰 세목에 관한 개편은 없고 내년에 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무슨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에 개편하면 3~4년 뒤에 효과가 난다. 정부는 합리적인 증세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조세제도의 구조적 모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각종 세금 특혜들이 조세정의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훼손시킨다"며 "법인세율이 낮은 것도 구조적 모순이다. 세율을 낮춰 기업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미 그런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또 "자본친화적인 자본특혜 과세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당연히 시급히 개정하는 것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옳다. 다만 국민들에게 공감을 구하고 설득과 협조를 원한다는 측면에선 하반기에 공론화 하고 내년으로 시행을 미루는 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소득세,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를 인상하는 것보단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소득세, 법인세를 인상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이 많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소액주주에 대한 과세를 해야 대주주에 대한 과세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부가세는 면세 항목이 너무 복잡하고 많다. 백화점 회 코너에 놓인 회도 가공이 안 된 것으로 분류돼 면세가 될 정도다. 면세가 남발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증세, 과세 강화해 국민 박탈감 덜어주자"

이어진 두 번째 토론에선 상속·증여세 등 3대 세목을 제외한 기타 세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윤소하 의원은 국민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증세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공제 한도도 축소하고 공제 항목을 단순화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누진세를 적용하고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실거래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의원 역시 상증세와 관련한 공제를 축소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작년 조세소위에서 상증세와 관련한 신고세액공제를 줄였는데 부대의견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정부에서 축소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가업상속공제가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정도인데, 중소기업에 한정한다. 가업상속공제도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부대의견으로 달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바로 보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고액전세자금과 관련 9억원 이상만 추적하는데 2억원으로 낮춰 자금을 추적해야 마땅하다"며 공익법인도 출연재산이 최소 5조원인데 국세청이 손을 놓고 있다. 부동산 임대소득 비과세(연2000만원까지)는 건보료 폭탄 때문에 유예가 됐는데 건보료 개편안이 나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도 내년 7월부터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이 다주택자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임대소득에 대한 전반적인 탈루를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이만우 교수는 "상증세를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방법도 검토해야한다"면서 "주세는 종가세(가격에 따라 세금 부과)가 아닌 종량세(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부과)가 검토되고 있는데 문제는 소주다. 유류세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있는데 효율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현 교수는 "방위세를 재도입해야 한다"면서 "담뱃세 인하는 택도 없는 소리다. 오히려 담뱃세는 더 올려야 한다. 경유에 붙는 세금은 역진성이 있지만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에 세율을 올려야 한다. 지방세도 올리고 마지막으로 부가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교수는 "상증세에 대한 신고세액공제를 확 줄여야 한다"며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안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