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동 국세청사 전경

세금압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받아야 할 세금 수억원을 날린 '업무태만' 국세공무원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이 지난 3월13일부터 4월7일까지 '2011~2015년 양도소득 과세실태'를 감사한 결과, 신탁부동산 관련 체납처분을 게을리한 직원 B씨를 인사조치 하도록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2013년부터 1년 동안 화성세무서에 근무하면서 C주식회사에 대해 법인세 8억5600만원을 결정·고지했지만 C주식회사는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C주식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하는 등 체납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국세행정시스템을 통해 C주식회사의 재산현황을 조회해 경기도 화성시 ㄴ 등 5필지와 화성시 E 등 7필지, 예금계좌 3건, 골프회원권 1건 등 총 17건을 압류했다.

하지만 화성시 ㄴ 필지는 도시계획도로 준공이 완성되면 화성시에 무상귀속될 예정이었으며 ㄴ 등의 필지는 채권최고액이 감정평가액보다 많게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어 압류하더라도 체납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었다.

예금은 추심결과 잔액이 부족해 압류해제했고 골프회원권은 압류일 전에 이미 양도가 됐다.

오히려 C주식회사가 체납 전에 화성시 신탁부동산의 명의를 D주식회사로 이전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압류하지 않았다. D주식회사는 2014년 화성시 신탁부동산을 주식회사 E에 매각해 우선수익자 배당금 88억4300만원을 지급하고 남은 16억4500만원을 C주식회사에 정산했다.

이를 미리 압류했다면 체납정리가 됐겠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한 압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폐업하면서 최초 발생한 체납액에 추가로 발생한 체납액을 포함해 9억2600만원을 결손처리했다.

신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탁재산에 대해선 신탁 전에 압류를 하지 않으면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이 경우 국세징수법에 따라 체납자(위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가지는 수익금 등에 대해 압류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직원 B씨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체납처분 방법을 검토하기 위해 국세행정시스템의 지식관리시스템을 검색했지만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감사원은 체납액이 발생한 2013년 10월 이전 이미 관련 내용이 여러 건 게재되어 있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수십억원의 세금을 놓칠 뻔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현행법상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신탁하기 위해 부동산 명의를 신탁회사 등으로 이전한 상태에서 수탁자인 신탁회사 등이 부동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실소유자인 신탁자가 양도세를 신고·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대법원으로부터 매일 부동산 등기부 부본자료를 받아 신탁부동산의 '수탁 후 양도내역'을 추출해 일선 세무서에 보내 양도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했는지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반기별로 신탁부동산 양도세 신고·납부에 대한 사후점검을 실시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신탁업 인가를 받은 45개 신탁회사에 대한 자료만 일선 세무서에 제공했다.

이에 인가받지 않은 일반법인이 신탁부동산을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양도해 납세의무가 발생한 1251명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총 6명이 일반법인에 부동산을 신탁한 후 양도세 11억9800만원을 신고·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금융위로부터 신탁업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반법인이 신탁부동산을 양도한 후 부동산 등기부 부본자료를 통해 실소유자인 신탁자의 양도세 신고·납부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