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부동산 등기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수 백억원의 세금을 덜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설·부동산업자가 사업용 부동산을 양도하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개인용 부동산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은 건설·부동산업자들이 부동산을 양도한 후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거나 과소신고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5일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과세자료 활용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건설·부동산업자의 부동산 등기자료를 본청 개인납세국과 자산과세국은 신고검증업무에 활용해야 하는데, 담당 부서 간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료 처리 주체, 방법 등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2011년~2015년 귀속연도 부동산 등기자료 50만3735건에 대한 세금신고·납부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마땅히 거둬야 할 세금도 그대로 방치되고 말았다. 감사원이 50만3000여건 가운데 328명(양도가액 3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표본 점검한 결과 55명이 345억원의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주세무서는 건설업자 A씨가 2013년과 2014년 경북 예천군에 주택, 오피스텔 등 31건의 건물을 짓고 종합소득세 5억7000여만원과 부가가치세 1억6000여만원을 신고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뒀다. 파주세무서도 건설업자 B씨가 파주시에 소재한 토지 36건을 약 135억원에 양도하고도 양도소득세 62억원(가산세 포함) 가량을 거두지 못했다. 

표본 점검대상 이외 나머지 등기자료 3만7476건(2만6278명)이 전산 상 관련 세금 무신고 혐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서간 '칸막이 행정'이 낳은 참사인 셈. 

감사원은 국세청에 "세금 345억3000여만원을 징수하고,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가 있는 3만7000여건에 대해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비사업용 토지의 매매거래가 있는 법인에 대한 법인세 신고 내역을 확인하는데도 소홀했다.

현재 법인이 비사업용 토지 등을 양도한 경우에는 양도소득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부동산 등기자료를 활용해 검증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46개 법인이 130억7000만원의 법인세를 미신고한 사실도 그대로 방치했다.

감사원은 2013~2015년까지 부동산 등기자료를 활용해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971개 법인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다.

감사원은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누락한 46개 법인에 130억원을 징수하고, 앞으로 부동산 등기 자료를 활용해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신고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