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유류세 조정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세율 조정 보다는 화물과 여객 운수업체 등에 적용되는 '유가보조금'을 우선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대책은 유류세를 올려 유류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추진되는 것인데, 화물차 등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유가보조금 지급제도가 폐지될 경우 화물업체 등 현재 혜택을 받고 있는 운수업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류세 인상과 더불어 또 하나의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보조금이란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유류세 인상분에 대해 화물·여객운송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유류세의 일정부분을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원장 박형수)은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경유 등 미세먼지에 따른 수송용 연료의 세제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환경피해비용, 혼잡비용 등을 토대로 세제 개편에 따른 10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가보조금은 주행세로 충당되고 있는데, 지금의 주행세율(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이 유지될 경우 일부 시나리오에선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 충분치 않기 때문에 유류세 조정과 더불어 주행세율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이 제출한 유가보조금 지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유가보조금은 총 2조5077억원으로, 화물 1조7143억원, 택시 4733억원, 버스 320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유가보조금부터 없애야 세율 조정 효과"

이어진 토론에선 유가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유가보조금이 현행 체계로 유지된다면 유류세 개편의 의미가 상실된다는 주장이다.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01년 유가보조금 지급제도가 신설될 당시에는 3년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며 "유가보조금 집행이 계속되면 에너지 세제개편의 의미가 없다. 유가보조금 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의 세제개편은 반쪽자리 효과만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정책은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화물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기름값이 아니고 소득이 낮아서다. 가격정책을 소득정책으로 바꾸면서 세제개편을 해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기운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왜 유류세를 개편해야 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면서 "수송용 에너지가 외부비용을 발생시키기에 교정적인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낮추고 외부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운수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다보니 세금 부담이 늘지 않고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줄이는 효과가 없다. 보조금을 주행세로 지급하고 있는데 세율이 인상되고 보조금이 유지되면 앞으로 주행세를 더 올려야 한다. 운수업계엔 가격보전 보다 소득을 보전해 줘야한다"고 제언했다.

원두환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유가보조금 문제를 지적하며 "화물에 40%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보조금이 유지되면 아무리 유가 시장에서 신호를 줘도 이 부분에 대한 소비는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보조금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세금이나 가격 조정으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가격보단 보조금을 받는 운전자들의 소득부터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유가보조금이 존재하는 한 세금인상에 따른 효과는 미흡하다. 한시적으로 존재하기로 했던 유가보조금을 사라지게 하는 방향으로 정부는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원가를 바로 잡고 유가보조금을 없애야 과세 효과가 나타난다. 버스, 화물 연대들의 피해와 손실을 걱정하는데, 미세먼지는 훨씬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문제를 직시하면서 한쪽의 이해로 보지 말고 전체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보조금 외에도 수송용 유류가격 조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구윤모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종과 연식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경유차는 차종과 연식에 따라 오염물질의 발생량의 차이가 크다"면서 "승용차 안에서도 14배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종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면 새로 출시된 차량과 노후된 차량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한 지 고민해봐야 한다. 유종의 평균적인 환경피해비용을 세금으로 부과하기 보단 차종과 연식으로 과세체계를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류세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원두환 교수는 "세금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다"며 "연구에서 측정 결과를 보면 가격탄력성이 낮은 것으로 나온다. 가격을 인상해도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운수업계 "경유세 인상 결사 반대"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8개 운수업계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유세 인상 검토를 강력히 반대했다.

실제 공청회장에도 많은 운수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유류세 조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발제에서도 나타났듯이 경유가격 인상이 미세먼지 감축에 실효성이 없다고 나왔으며, 정부도 이미 지난 6월2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경유세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경유세 인상은 버스·화물 등 운수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이며 실효성 없는 환경대책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화물차와 시외·고속버스 및 전세버스 등은 경유차량 외에는 다른 차량으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전기차, LPG 차량 등으로 대체 가능한 경유 승용차와 같은 잣대와 인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유세 인상안은 미세먼지 저감의 실효성보다 보스 및 화물 운수업계 생존권을 위협하고 경유세가 인상되면 물류비 상승 등으로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등 국가와 사회적으로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운수업계는 경유세 인상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