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환수 국세청장 임기 동안 추진한 크고 작은 사업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이루어졌고 또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성공의 이면에는 신임 국세청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것들도 많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근로장려금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선 세무서 소득세과와 부가가치세과를 통합한 조직개편과 이에 수반된 인사정책은 모종의 '후유증'을 남겨놓은 상태다.

일선 세무서에서도 열심히 하면 고위직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이른바 임 국세청장의 '희망사다리'는 시행 초기 스포트라이트가 금새 걷어지면서 이후에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개인납세과를 향한 내 마음, 알고있니? = 지난 2015년 3월 6일 진행됐던 개인납세분야 관리자 워크숍. 일선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가 통합돼 탄생한 개인납세과는 당시 1년 내내 신고 업무만 해야한다는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조직개편의 1등 공신인 임환수 국세청장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직접 워크숍에 참여해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가며 고충을 듣는 등 개인납세과 안착을 위해 굉장한 공을 들였다. 3년차인 현재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상대적으로 타 부서가 홀대를 받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직개편, 시작은 좋았지만…

조직개편은 임 국세청장이 취임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방안이었다.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라는 방침 아래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업무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조직개편은 ▲성실신고 지원 강화 ▲송무조직 강화 ▲현장 인력 보강 ▲부가·소득세과 통합 ▲민간전문가 채용 확대 ▲부서 명칭 변경 등 크게 6개 분야로 나뉜다.

성실신고 지원 강화를 위해 지방청 세원분석국을 성실납세지원국으로 개편하고 송무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청 징세법무국을 송무국으로 개편하면서 인력을 늘렸다.

현장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본·지방청 인력을 감축하고 장려금 업무를 위해 일선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했다.

일부 일선 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 자리를 외부에 개방하고 지방청 조사심의팀에서 일할 법률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민간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감찰담당관을 청렴세정담당관으로, 숨긴재산추적과를 체납자재산추적과 등으로 변경했다.

이 중 가장 파급효과가 컸던 것이 '개인납세과' 출범이었다.

장려금 업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인력은 한정적이다보니 부가가치세과 인력을 끌어다 소득세과 업무에 활용하자는 것이 복안이었다.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과 종합소득세, 장려금 신청 기간이 다르다는데 착안한 방안이었지만 1년 내내 신고 업무만 할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와 불만에 반발은 생각보다 컸다.

임 국세청장은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 직원들을 설득시키며 조직개편에 나섰고 2015년 통합 이후 몇 달이 지나자 일선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개인납세과 직원 승진 우대라는 인사정책을 전개, 조직개편 3년차인 현재 개인납세과는 '인기부서'가 됐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 부작용은 도사리고 있었다.

과거 우수인재가 집결하던 법인세과와 재산세과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인재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일선 세무서에서는 법인세과와 재산세과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임 국세청장의 조직개편은 한정된 인력으로 큰 대란 없이 장려금 업무를 원활하게 집행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당근'(승진인사)이 과도하게 편중,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일은 오롯이 새 국세청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젊으면 탈락? 희망사다리는 왜 나이 든 사람만 좋아하나요?" = 임환수 국세청장의 대표 브랜드 '희망사다리'는 일선에도 승진이라는 희망을 주겠다며 임 국세청장이 공언한 것이다. 복수직 서기관 승진자가 일선 세무서에서 탄생하며 국세청 안팎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명예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인물을 승진시켜주는 등 '구색맞추기'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희망사다리'는 진짜 '희망'을 줬을까?

임 국세청장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희망사다리'는 본·지방청 혹은 행정고시 출신 중심의 승진 구도를 타파하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세무서에 근무해도 열심히 하면 최고위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는 차원에서 임 국세청장은 2010년 이후 명맥이 끊긴 일선 세무서에서의 서기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 시작은 지난 2014년 하반기 복수직 서기관 승진 인사였다.

국세청에서의 복수직 서기관 승진은 타 부처와 달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기관은 국세청 직원들의 오랜 염원인 세무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일종의 '교두보' 혹은 '꽃가마'로 여겨져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어설프게 3급으로 퇴직하는 것보다 4급 세무서장으로 퇴직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무서장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선 세무서에서의 복수직 서기관 탄생은 국세청에 충격을 안겨줬다.

'희망사다리 1호'는 지난 2014년 하반기 승진한 손순희 강남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과 김태근 동수원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당시)이었다. 지난 2010년 전주세무서에서 승진자가 배출된 이후 최초로 탄생한 세무서 승진자에 다들 반색했지만 곧 뒷말이 나오고 말았다.

국세청에 헌신해 온 백전노장들이기는 했지만 승진과 동시에 2년 조기 명예퇴직 대상이 되면서 1년만에 모두 국세청을 떠난 것이다.

역량평가를 통과해 세무서장으로 진출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을 계산하면 사실상 '명예직'(?)에 불과한 승진이었다는 평가.

이후 2015년 상반기 신은섭 반포세무서 개인납세2과장(1958년生), 2015년 하반기 김정호 순천세무서 개인납세2과장(1960년生), 2016년 상반기 김형삼 영등포세무서 법인납세2과장(1960년生), 2016년 하반기 승진 방기천 강남세무서 재산세과장(1960년生), 올해 상반기 이덕희 북대전세무서 법인납세과장(1960년生) 등 희망사다리 승진자가 배출됐지만 이들 또한 세무서장 진출은 불가능한, '명예 서기관'이나 다름없는 형편이다.

일선의 우수자원을 발굴해 미래 인재(최고위직)으로 키운다는 희망사다리의 취지는 그렇게 빛이 바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