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21일 제21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임환수 국세청장은 2017년 6월28일 오전 10시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1043일' 동안 지켜온 국세청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개월수로 환산하면 33개월로 19대 이현동 전 국세청장(재임기간 2010년 8월30일~2013년 3월26일)보다 2개월 더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임 국세청장은 2000년대 이후 '최장수 국세청장'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기간 동안 국세청은 역사에 기록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다. 1966년 개청 이래 계속 머물렀던 서울을 떠나 세종시에 둥지를 틀고 20년 된 낡은 국세행정시스템을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으로 교체했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임 국세청장이 존재했다.

'균공애민(均貢愛民)'을 모토로 성실납세 환경 조성을 위해 전력을 쏟았으며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일선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을 위해 획기적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무조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조직개편으로 인한 후유증과 '희망사다리'를 표방한 승진 인사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임 국세청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신규직원 전문성 부족과 6급 팀장 역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 등은 임 국세청장이 후임자에게 남겨놓은 숙제나 다름없다. 

임환수 시대 3대 키워드…'세종·균공애민·NTIS'

임 국세청장은 '복(福)'이 많은 사람이라는 평가다.

국세청 역사에서 길이 남을만한 현장에 국세청의 대표 얼굴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국세청은 '서울시대'를 청산하고 세종시로 터전을 옮겼다. 세종시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기는 의미 이상의 변화를 국세청 조직에 몰고왔다.

그 중심에 임 국세청장이 있었다.

지난 1966년 세수 700억원을 목표로 개청했던 국세청은 2015년 개청 50주년을 맞아 세수 200조원 시대를 열고 '세입징수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존재감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 역사의 현장에도 임 국세청장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2015년 200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들여 만든,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이하 엔티스) 개통도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엔티스는 1990년대 중반 도입, 노후화된 국세행정시스템을 대체할 시스템으로 지난 2011년 프로젝트가 착수됐다.

4년의 시간이 투입된 엔티스 구축 사업은 2015년 2월 전격 개통되면서 마무리됐다.

개통 초반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혼란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엔티스는 획기적인 기능으로 국세청 내외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효자'로 거듭났다.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정문에 세워진 '균공애민(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 표지석은 국세청이 세종청사로 이주한 이듬해 세워졌다.

임 국세청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균공애민 정신은 '세금문제 현장 소통의 날'을 탄생시켰으며 세금 납부와 관련한 사전신고 안내 강화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국세행정으로 이어지면서 성실납세 환경을 더욱 성숙시키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임 국세청장은 떠났지만 그가 남겨놓은 국세행정의 기본틀은 특별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표지석에 새겨질 문구는 균공애민이 아닌 다른 문구가 될 수도 있다.

'복(福)'을 '공(功)'으로 바꾸다

임 국세청장이 취임했던 2014년 당시, 세입환경은 최악이었다.

2012년~2014년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 국세청이 감당할 중압감이 상당한 형편이었다.

취임사에서 '약팽소선(若烹小鮮, 생선을 익게 하려고 자꾸 뒤집다보면 오히려 생선살이 다 부서져 버린다)'는 말을 인용해 불필요한 세정 간섭을 없애고 성실신고 지원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임 국세청장이 내놓은 해법은 확실한 효과를 가져왔다.  

시작은 엔티스 개통.

엔티스는 국세청이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납세자에게 맞춤형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이를 '사전안내문'이란 형식으로 발송, 성실납세 환경을 조성했다.

세금신고·납부 과정을 간소화해 신고서 양식을 미리 채워 제공하는 서비스와 더불어 모바일, 전화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신고·납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납세자 편의를 제고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수증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015년 2조20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0조원의 초과세수(세입예산 대비)가 만들어진 것이다.

임 국세청장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복(福)을 공(功)으로 확실하게 치환시킨 것이다.

현장 소통을 강화한 것도 호평을 이끌어낸 대목이다.

임 국세청장은 취임 이후 줄곧 현장 소통을 강조하며 매월 셋째주 화요일은 '세금문제 현장 소통의 날'로 지정했다. 시행 초기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아, 민원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종합소득세 신고나 근로장려금 신고기간 등 중요한 시기, 전국 세무서 직원들이 전통시장 등을 방문해 납세자들의 궁금증을 직접 해결해주고 민원 업무를 현장에서 뚝딱 처리해주면서 지역사회의 호평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