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가진 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식히기 위해 정부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도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세금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과 침체기를 겪고 있던 건설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급등하는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급진전 되는 모양새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쪽으로 세제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그간 부동산 가격이 인상 추세와 비교해 보유세는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투기소득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커 보유세 인상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집값은 껑충, 보유세는 찔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른데 비해 부동산 보유세는 덜 오른 것으로 나타나 응능부담이라는 조세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면서 보유세 인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현재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가진 이들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로는 재산세, 종부세 등이 있다. 재산세는 부동산 보유자가 자산의 주소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지방세이며, 종부세는 재산세와 별도로 개인별 자산을 모두 합산해 부과하는 국세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국세청,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보유세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부동산 시장가격은 9135조원으로, 7년 전인 2008년(6548조원)과 비교해 39.5%(2587조원)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는 같은 기간 1104조5000억원에서 1564조1000억원으로 늘어났고,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총 세수도 212조8000억원에서 288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 징수규모는 부동산 가격상승이나 GDP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 보유세 총액은 2015년 13조5035억원으로, 2008년의 10조7105억원에 비해 26%(약 2조7930억원) 오르는데 그쳤다. 종부세는 1조9674억원에서 1조3319억원으로 줄었고, 종부세와 연동해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도 3935억원에서 266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된 종부세 감세 정책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종부세 감세로 1세대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종부세가 면제된 인원이 2015년 기준 6만632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 부과 대상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28%에 불과했다.

미국(1.4%) 덴마크(0.69%) 대만(0.32%) 등에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에선 당장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값 잡기' 필요할 땐 보유세를 도구로…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도구로 세제가 동원된 경우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3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60%로 올리고, 장기보유특별공제(집을 오래 보유하면 세금 부과 때 깎아주는 제도)도 적용하지 않았다.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선 2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2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고, 3주택자 보유세율을 45%로 낮추는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매년 세법을 뜯어고치면서 3주택자 보유세 중과를 없애고 장특공제도 적용시키면서 세금부담까지 낮췄다.

시민단체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무력화시킨 보유세를 참여정부 수준까지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는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단기처방전만 있을 뿐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내놓은 대담집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

부동산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산정할 때 이용하는 부동산 가격(공시가)의 실거래가 반영률(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부동산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겨냥한 규제도 예고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취임사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며 "돈을 위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의 부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 김종민 의원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싸고 부동산 세금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하며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 중에 있다.

정의당 역시 지난 대선 때 종부세를 두 배로 올리는 것을 공약(부동산 보유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80%로 인상)으로 내건 만큼, 관련 입법 논의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민 인천재능대학교 교수는 "전반적으로 집값이 왜 올라가는 것인지 판단하고,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하면 보유세를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중기적으로는 실수요자의 주택면적, 위치 등을 포함한 수요예측에 따른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