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평생 공직자로 살아온 한승희 후보자 신상에 대한 검증보다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최순실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나 정치적 세무조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 중심으로 청문회가 이루어졌다.

26일 열린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정농단의 몸통 최순실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정치적 세무조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주문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 진행했던 일부 세무조사에 대한 정치적 목적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냈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이 재원마련을 위한 징세행정 차원에서 정치적 세무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최 씨가 은닉한 재산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와 관련한)재산추적팀이 만들어져 있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즉답을 피한 채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만 답변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일가의 탈세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우 전 수석 일가를 국세청이 봐주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본청 조사국장이었던 한 후보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제 정권도 바뀌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하게 고변을 해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했다"고만 말한 채 다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지금 국세청이 '우병우 일가' 탈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 국세청이 관련된 (봐주기 등)비위가 드러나면 책임지겠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특정납세자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사유에 해당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답답한 듯 "당시에는 봐준 적이 없다고 했는데 만약 봐준 것이 드러난다면 책임을 지겠냐"고 재차 묻자 한 후보자는 "위법사항이 확인된다면, 추가적인 사유가 나온다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순실 씨 국정농단과 관련된 탈세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저지른 탈세 의혹이 있다. 이것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주문했고 한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달성률이 100%가 넘는다고 보고했다. 그 결과물로 지난해와 올해 그렇게 세수가 늘어난 것이냐"라며 "문재인 정부가 매년 5조9000억원의 세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세수가 많이 늘었다. 이것보다 앞으로 더 징수하겠다는 뜻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그동안 열심히 했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과세인프라를 확충하고 사전 성실실고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세무조사 안하겠습니다" = 여야 의원들 모두 정치적 세무조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자 한 후보자는 "정치적 세무조사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적 세무조사 그만" 요구…與野 '미묘한 온도차'

여야 의원들 모두 국세청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는 세무조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그 이유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이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태광실업을 1년 동안 세무조사했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며 "국세청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편파적 조사를 했던 경우는 있어도 국세청 스스로 화약을 들고 정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태광실업 이후로 국세청이 큰 교훈도 얻고 반성도 했을 것"이라며 "비록 10여년 전 일이지만 한 후보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국세청에서 정리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의혹이나 오해가 있는 세무조사가 있었다면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앞으로 조세목적 외에 다른 요인이 개입되는 세무조사와 국세행정 집행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본청 조사국장 재직시절 진행한 세계일보 관련 기업(통일교 재단 등)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 "한 후보자가 본청 조사국장 시절 세계일보 관련 기업에 대한 시작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언론 탄압 차원의 정치적 세무조사인 것으로 보이냐는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무엇을 느끼냐"고 추궁했다.

한 후보자가 "국세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한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세계일보 사건 당시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 탄압을 하지 않고 정윤회 문건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했겠느냐. 국세청이 의도했든 권력의 칼이 됐든 세무조사가 잘못되면 대통령이 탄핵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무조사통이라 불리는 한 후보자는 조세행정서비스 기관의 수장이 될 것인지 권력의 칼이 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 후보자는 "정치적 세무조사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에 따른 재원 마련을 위해 징세행정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중에선 (문재인 정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조사통인 한 후보자를 내정하고 마른수건 쥐어짜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표적 세무조사나 부당한 명령이 내려온다면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국세행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후보자는 "세무조사는 세법에 규정한 요인 외에 어떠한 목적도 개입해선 안된다"고 답변했고 박 의원은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가지고 국세행정을 펼치겠냐"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 역시 "현 정부의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징세행정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냐"며 "현재 재계에서는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가 최고조인데 권력기관을 동원해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한 후보자는 이 정권과 특수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 의원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정치적 압력이 있을 경우) 기록을 남겨 이를 유지하게 한다면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보자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요구하고 한 후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세청은 세법이 규정한대로 집행하는 기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