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기 위해선 가격에 따른 과세가 아닌, 알코올 도수에 따른 과세로 체계를 전환하고 세율도 현행보다 3~4배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22일 10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성 교수는 현행 주세 과세체계를 종가세율 체계를 종량세율 체계(알코올 도수에 따른 과세)로 전환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저가인 소주의 세율이 높아지고 고가인 위스키의 세율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 경우 수입주류의 시장 점유율만 증대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종량세로의 전환은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더라도 본래 종량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음주 억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가 위스키의 세율이 낮아져 역진성도 강화되고 국내 주류산업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또한 음주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18조975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 결과 추정되는 등 최소 10조원 이상에 이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주세 세수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주세가 사회적 비용을 내생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세가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해 교정적 조세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선 단순히 세수 중립적 개편만으로는 정책 목표를 충족할 수 없다"며 "세수 중립을 전제로한 종량세로의 전환은 고가 주류의 세율인하를 관철시키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량세 전환으로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내재화하기 위해선 주세 세수가 현재보다 최소 2~4배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세율도 3~4배 정도 더 높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행 우리나라 주세는 종가세 과세 체계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종량세 과세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주세 과세 체계를 개편해야 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과세하기 때문에 과세행정이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탄력적으로 운용시 일정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가 주류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진다는 점과 물가상승률을 세율이 따라가지 못 할 경우 세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종량세와 종가세 중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한지에 대한 평가는 일률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단, 세부담의 형평성에 목적을 둔 국가는 종가세를,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것이 목적인 국가는 종량세를 많이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성 교수는 이날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도 경감하는 등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의 진입장벽은 낮추되, 소비 시장에서의 규제는 강화해 주류 시장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량세 전환?…문제는 '소주'

성 교수의 발제 뒤엔 토론자들의 열띈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 체계로 개편하면 서민들의 대표적인 술인 '소주'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팽팽하게 전개됐다.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종량세 전환을 놓고 현실적인 문제가 곳곳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우선 국내 주류시장은 맥주, 소주, 탁주 3개 주종이 대중적이며 주종간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가격이 대폭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수입 위스키와 수입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진다며 결국 국내 주류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적 비용을 주세로 충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음주 교육, 홍보 강화, 소비 규제 강화 등의 대안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세 개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세 개편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연히 사회적 비용의 완화가 주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주폭, 음주운전 등 만연한 음주의 부정적인 문화는 종가세와 관련이 많이 있다. 의도적이진 않지만 국가가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도수의 술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가세로 인해 국내 고급주 생산은 전멸해 있는 상태다. 외국 정상이 왔을 때 내놓을 술이 없다"며 "주세 개편을 할 때가 왔지만 종가세 폐지는 역진적인 주세 체계로 간다는 것인데, 서민층 소비자가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담배보다 술이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 과도하게 마시면 인성에 변화를 주고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노후에도 문제가 된다"며 종량세 전환을 찬성했다.

이어 "주세는 목적세로 어디에 쓰일지 목적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발전에 쓰이는 등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이고 있다. 단순히 세부담을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주세를 국민건강 증진에 쓰는 등 명확한 안을 제시해야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장근호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교수는 종량세 전환 전에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사회적 비용이 과연 소주 등 높은 도수의 술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종량세 전환에 대래 예전부터 고민을 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소주값 인상에 대한 대한 부담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승출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종량세 개편 요구는 업계에도 있어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고민을 했었다. 올해는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TF팀을 운영했었는데, 종량세 전환이 국내 고급주류 생산을 촉진하고 세부담을 경감시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감하지만 소주값을 인상하는 것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종량세로 바꾸면서도 소주의 세부담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 봤는데 위스키의 세부담이 70~80% 줄어 종량세 전환의 혜택을 누가 보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낸 상황"이라며 "올해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장동희 국세청 소비세과장도 "늘 고민해 왔던 사안이 논의 된 것 같다. 종량세 개편은 역진성과 주류산업 미치는 영향, 주류 종류별 제조자의 찬반 논쟁, 사회적 비용 문제 등이 있어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규모 주류 제조업체에 대해 적극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국세청 입장에선 규제 완화와 제도의 변화가 주류 거래 질서를 흔들지는 않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