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세청장이 몰고 올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22대 국세청장 후보로 지명된 한승희 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이하 한 후보자)은 오는 26일(월)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세청장으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게 되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정식으로 국세청장 취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국세청장이 교체되면 국세청 내부 조직 구성을 비롯해 세수확보 대책, 세무조사의 방향성, 납세자 권리보호 등 국세행정의 기본 페러다임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기 마련.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일정 기간 동안 전국 일선 세무서 직원들을 포함, 국세청 직원들이 새 국세청장에게 바라는 점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봤다.

국세청 직원들, 특히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전화 업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세무서 민원실에 찾아오는 방문 납세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설명. 세금 신고 기간 등 납세자의 문의가 폭주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전화를 받느라 정작 해야 할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한 일선 세무서 직원은 "세미래콜센터(126)를 통해 전문적으로 민원상담 전화를 받고 있지만 신고 기간에는 콜센터가 마비되는 등 밀려드는 문의전화를 소화하기 힘들다"며 "일선 세무서에 전화대응부서를 따로 만들어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전화대응부서 신설은 인력이 충분히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안 그래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따로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인력 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화 업무에 대한 문제는 '악성민원'으로까지 이어진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경우엔 악성민원이 덜 하지만, 전화로 세금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욕설, 고성 등 악성민원 문제로 번지기 쉽다는 것.

한 일선 직원은 "악성민원인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며 "국세청이 국민의 기본권(재산)에 제한을 가하는 기관인 만큼 경찰만큼은 아니더라도 징수업무를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을 만큼의 권한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기관으로서 국세청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서비스 기관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징세행정에 힘이 빠지는 부분이 있다. 공무집행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법을 넘나드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어떤 조직에서나 비상한 관심사 중 하나다.

2만여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국세청에서도 인사는 커다란 관심거리.

피라미드구조를 넘어 '압정구조'로까지 불리며 극심한 인사적체 현상을 겪고 있는 국세청 조직 특성상 직원들의 인사문제는 늘 국세청장의 고민이 되어 왔다. 업무 환경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승진'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

실제 국세청 직원들이 새 국세청장에게 바라는 점도 승진과 관련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한 국세청 직원은 "우리들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승진문제가 가장 크다"며 "특히 일선의 경우 사무관 승진 TO가 적은데, TO를 좀더 확보해서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역시 "일선에도 승진 기회를 좀 더 많이 주면 좋겠다. 열심히 일 하는 직원은 승진 할 수 있어야 한다. 새 국세청장은 정당한 보상을 위해 일선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일선 직원은 "10년 전인 2007년 7급으로 승진했는데 아직도 제 자리다. 나보다 먼저 승진한 이들 중에도 아직 6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공평한 승진을 위해 특정 부서에만 승진 기회를 주는 것을 자제해야 하고 과도한 본청 위주의 승진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다른 한 직원은 "일정 기간마다 타 지역으로 전보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며 "애를 키우기 너무 힘들다. 지자체는 그 지역 안에서만 머물면서 이동하지 않나. 국세청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부분의 국세청 직원들은 신규 직원을 둘러싼 각종 애로사항도 새 국세청장이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세무직 공채시험에 회계와 세법 과목이 빠지다보니 신규 직원을 늘려도 재교육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는 것.

또 국세청에 입사하면 3년 이내에 회계실무 자격증과 조사요원 자격증 두 개를 따야 하는데, 신규직원들이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시험에 집중하느라 실무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한 일선 직원은 "시험과목이 바뀌고부터 신규 직원들의 기초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 기초지식이 없으니 국세청 자체 시험을 준비하느라 업무를 배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에서 근무하는데 세법을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자체 시험에 쓰는 시간 때문에 선후배 간의 사이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며 "세법을 꼭 공채 시험과목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신규직원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과별 업무 메뉴얼 등의 교육이 잘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규 직원에 대한 불만은 내부 조직 간의 불만으로 번진 모습이다.

2014년 말 국세청은 종전의 소득세과와 부가가치세과를 통합, 개인납세과를 만들며 경력 직원을 대거 투입했는데, 상대적으로 경력 직원이 빈약해진 타 과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한 일선 직원은 "과거 선호부서였던 재산세과와 법인세과는 지금 경력직 공백상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경력직이 부족하다. 반면 개인납세과에는 경력직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납세과를 다시 소득, 부가로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직원 1인당 맡는 납세자 수는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맡고 있는 업무 종류가 많아서 업무지침 등을 다 파악하려니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무서 업무 분장과 관련해 개인납세과에 체납전담팀이 따로 있는 것처럼 타 과에도 체납팀, 조사팀 등 세적관리 외 기타 업무팀이 신설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며,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보분석 등 전산 교육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조세, 조사국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부서의 직원들은 국세청의 인재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서 특성상 인재 육성에 한참 공을 들여야 하는데,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로펌 등 외부에서 '눈독'을 들인다는 것.

공들여 키운 인재를 한 순간에 뺏기는 것도 모자라 국세청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우수한 인재가 국세청 밖에 나가 국세청과 대치하는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 국세청장이 이 부분도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당사자들의 선택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왜 실력있는 인재들이 국세청을 등지려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송무 등 외부 인사를 들이는 부분도 이와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다. 외부 인사는 어차피 밖에 나가면 국세청의 반대편에 서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외부 인사 유입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전보인사와 관련해 연말에 정기 전보를 미리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몇년 간 직원 전보 인사는 1월에 시행됐는데, 1월은 국세청이 부가세 신고 업무로 한창 바쁜 시기. 이에 12월에 전보인사를 단행해 부가세 신고를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주장이다.

또 국세청 내 여직원이 늘고 있기 때문에 여자화장실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며, 최근 시행된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사국 내에선 납세자 보호를 이유로 과도하게 엄격해진 조사 절차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간소화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