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증세 불가' 고수해도…불확실성에 기업은 괴롭다	2017.06.20
당장은 법인세 명목세율(법정세율)의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 기업들의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법인세제 개혁은 재량지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만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증세 가능성 자체를 열어뒀다.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땐 명목세율을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즉 법인세율 인상은 문재인 정권 5년 중 언제든 튀어나와 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기업 쥐어짜기'로 높아진 실효세율 그동안 법인세제는 경제 위기 때마다 손질을 거듭해왔다. 지난 1990년대 초 법인세 최고세율은 34%였지만 역대 정부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27%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은 노무현 정부에서 25%로, 이명박 정부 때 현 수준(22%)으로 떨어져서 10여년 간 제자리걸음에 있다. 물론 세율인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이후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했다. 최저한세율(기업이 최소한으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 수준)을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하거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대기업 기본공제율을 깎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존 비과세·감면 정비 기조를 이어가되, 기업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류하기 위한 신규제도(기업소득 환류세제)까지 만들었다. 기업들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의 사회 환원 등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다.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지출되지 않는 일정률의 당기소득에 대해 법인세 외 1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명목세율을 올리는 방법보다는 과세행정을 강화하거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인세수를 거두겠다는 것이 정책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법인)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3년 18.0%에서 2014년 18.7%, 2015년 19.2%, 2016년 19.6%(잠정치)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법인세수 역시 비과세·감면 정비 등의 영향으로 2015년 45조원에서 지난해 5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5.7%나 늘었다. 법인세 조세지출액도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 조세지출액은 1999년 2조5000억원에서 2012년 8조5000억원에 달한 이후 최근 고투공제, R&D 비용세액공제 등의 정비로 인해 2014년 7조1000억원, 2015년 6조4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법인세제 개혁의 첫 단추는 실효세율을 높이는데 두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출에서 재량지출이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세입 측면에서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며 명목세율 인상까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써야할 돈 많은데…결국 법인세율 올리나 현재 법인세율 인상안은 국회에 대거 계류 중에 있어, 언제든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었던 세법개정안(지난해)까지 포함되어 있어 법인세율 인상 불씨는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25%로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조치로 440개의 기업이 과세대상이 되며, 연간 3조 46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거둬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안은 200억원 초과구간에 최고세율을 24% 적용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2조 72000억원의 세수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글로벌 조세경쟁을 고려할 때, 당장 명목세율을 건드리는 증세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법인세제 개혁은 '경제적 효과성이 떨어지는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조정 대상은 고용창출세액공제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이 제도를 통한 법인세 감면액은 4774억원이었는데, 1년 전보다 무려 4145억원이 줄었다. '고용창출=세금감면'이라는 제도 취지를 따라가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과세·감면 정비의 일환으로 최저한세율(기업들이 비과세·감면·공제 등 각종 세금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하는 세금)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개별 법인이 받는 조세특례 총액이 과도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1%포인트만 올리더라도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재원 마련에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실효세율을 높이고, 탈세행위를 근절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통해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려운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법인세율 인상은 경기활성화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총 17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31조원 가량을 증세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인위적으로 세율을 조정하는 증세 없이 연 6조원을 상회하는 재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전제 조건인 '재원 부족 시'가 결국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부자증세'로 분류되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세 불가' 고수해도…불확실성에 기업은 괴롭다

2017.06.20

당장은 법인세 명목세율(법정세율)의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 기업들의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법인세제 개혁은 재량지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만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증세 가능성 자체를 열어뒀다.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땐 명목세율을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즉 법인세율 인상은 문재인 정권 5년 중 언제든 튀어나와 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기업 쥐어짜기'로 높아진 실효세율

그동안 법인세제는 경제 위기 때마다 손질을 거듭해왔다.

지난 1990년대 초 법인세 최고세율은 34%였지만 역대 정부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27%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은 노무현 정부에서 25%로, 이명박 정부 때 현 수준(22%)으로 떨어져서 10여년 간 제자리걸음에 있다.

물론 세율인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이후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했다. 최저한세율(기업이 최소한으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 수준)을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하거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대기업 기본공제율을 깎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존 비과세·감면 정비 기조를 이어가되, 기업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류하기 위한 신규제도(기업소득 환류세제)까지 만들었다.

기업들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의 사회 환원 등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다.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지출되지 않는 일정률의 당기소득에 대해 법인세 외 1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명목세율을 올리는 방법보다는 과세행정을 강화하거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인세수를 거두겠다는 것이 정책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법인)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3년 18.0%에서 2014년 18.7%, 2015년 19.2%, 2016년 19.6%(잠정치)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법인세수 역시 비과세·감면 정비 등의 영향으로 2015년 45조원에서 지난해 5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5.7%나 늘었다.

법인세 조세지출액도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 조세지출액은 1999년 2조5000억원에서 2012년 8조5000억원에 달한 이후 최근 고투공제, R&D 비용세액공제 등의 정비로 인해 2014년 7조1000억원, 2015년 6조4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법인세제 개혁의 첫 단추는 실효세율을 높이는데 두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출에서 재량지출이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세입 측면에서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며 명목세율 인상까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써야할 돈 많은데…결국 법인세율 올리나

현재 법인세율 인상안은 국회에 대거 계류 중에 있어, 언제든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었던 세법개정안(지난해)까지 포함되어 있어 법인세율 인상 불씨는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25%로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조치로 440개의 기업이 과세대상이 되며, 연간 3조 46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거둬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안은 200억원 초과구간에 최고세율을 24% 적용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2조 72000억원의 세수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글로벌 조세경쟁을 고려할 때, 당장 명목세율을 건드리는 증세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법인세제 개혁은 '경제적 효과성이 떨어지는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조정 대상은 고용창출세액공제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이 제도를 통한 법인세 감면액은 4774억원이었는데, 1년 전보다 무려 4145억원이 줄었다. '고용창출=세금감면'이라는 제도 취지를 따라가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과세·감면 정비의 일환으로 최저한세율(기업들이 비과세·감면·공제 등 각종 세금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하는 세금)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개별 법인이 받는 조세특례 총액이 과도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1%포인트만 올리더라도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재원 마련에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실효세율을 높이고, 탈세행위를 근절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통해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려운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법인세율 인상은 경기활성화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총 17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31조원 가량을 증세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인위적으로 세율을 조정하는 증세 없이 연 6조원을 상회하는 재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전제 조건인 '재원 부족 시'가 결국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부자증세'로 분류되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