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그리고 '군대문화'다.

대한민국 모든 조직에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표현은 정부부처 중 유독 국세청을 언급할 때만 강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납세정보'라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다루며 국민들의 재산권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막강하지만 위험성 높은 국세청의 업무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정책을 만드는 부서가 아닌, 만들어진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로서 개인의 재량을 최대한 규제해야 하기 때문에 상향지향적 조직문화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국세청의 조직문화로 인해 파생된 것이 '권위주의'다.

"직원들과의 눈높이 공유가 필요하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재임 기간 동안 일선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본인은 물론 국세청 차장을 비롯한 참모들을 주기적으로 현장에 보내 업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도록 하기도 했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OB들에게도 '특사'를 파견, 국세행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수집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27일 종로세무서를 찾아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 운영과 관련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권위주의는 '폐쇄성'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국세청장의 경우 주요 동선(일정)을 외부는 물론 내부에도 알리지 않는다.

역대 국세청장들이 대부분 그랬다.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야 국세청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논리로 '신비주의'로 자신을 휘감아 온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국세청장 중 상당수가 '개인비리'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은 것은 이러한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세청장 스스로 폐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의 주요 움직임을 세세하게 공개하고 일반 국민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등 폐쇄적인 행보로 끊임없는 논란을 빚어온 전임 대통령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90% 이상의 세수가 자납세수로 확보되는 현 시대에 '국세청장=두려운 존재'라는 등식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어도 조직원들과의 보다 광범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순시를 나가 도열한 직원들과 악수하고, 사진 몇 장 찍고 중간 간부들의 정제된 보고에 기댄 고전적인 소통 방식으로는 세대간 갈등 현상 등 이런 저런 문제들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국세청 조직을 통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015년 새로운 국세행정시스템(엔티스) 개통 이후 수 개월 동안 이어진 혼란 과정에서도 증명됐다. 당시 일선 현장에서 불거진 어마 어마한 혼란은 중간 보고 단계를 거치며 제대로 된 상황보고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현장 직원들의 지휘부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어떤 형태로든 조직의 최고 수장이 보다 자주 일선 현장을 찾아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날 것'으로 듣고 문제점을 파악한 후 현장에 최적화된 개선책을 찾아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직 내부의 소통 측면에서 임환수 현 국세청장은 역대 국세청장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인사 문제 등에 있어서도 운영지원, 세원정보, 감찰 등 기존 보고 루트 의존도를 줄이고 직접 듣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핵심 참모들인 본청 국과장들을 활용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며 "청장 본인은 물론 미래 국세청을 이끌어갈 그들의 조직에 대한 안목을 더 넓혀주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책상에 앉아만 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국 문턱을 낮춰라"

◆…기업 및 세무대리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 조사국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들의 의견 청취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등 조사국이 과거보다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국세청의 논리에만 함몰된 무리한 과세 등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납세자와 조사국 간부들이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2013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의혹이 터지면서 전직 국세청장과 차장이 구속되고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국세청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매출기준)100대 기업 임직원 및 세무대리인과의 만남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절박함'이 만들어낸 혁신적 자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으로 양으로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 후 국세청은 더더욱 '외딴 섬'처럼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국의 상황은 굉장히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세무조사 및 과세 품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지방국세청 조사국 지휘라인에 배치된 행정고시 출신 인력들의 경험 및 유연성 부족은 상대적으로 우세한 논리로 무장한, 일부 '공명심'에 사로잡힌 세무조사 현장 책임자들에게 휘둘린 무리한 과세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의 자질 문제를 떠나 조직 차원에서 납세자와의 교류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칫 무리한 과세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재검토할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지방국세청 조사국 관리자는 '유아독존식 운영'으로 안팎의 눈총을 사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제현장에서 빠르게 만들어지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위에서 납세자들 만나지 말라니깐 알아서 기는 식으로 외부와의 소통 창구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은 현장과의 괴리감을 더해 본인은 물론 조직 성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리 개연성이 있는 만남을 하지 않으면 될 일이지 세무조사 등 납세자와의 접점이 있는 부분에까지 귀를 닫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몸을 사리는 것밖에 안된다"며 "관리자들 스스로가 떳떳하면 된다. 과세문제와 관련해 납세자들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업무차 국세청을 방문할 때 음료수 한 병도 사가는게 눈치보이는 분위기가 됐다"며 "기업들 스스로도 내부통제가 강화되고 있어 줄래야 줄 것도 없다. 국세청이 납세자인 기업들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것은 명분이 약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