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증세 표적된 '0.1% 고소득층'…공평과세 명분 잃나	2017.06.16
고소득자를 타겟으로 한 증세(增稅)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득공제 제도를 없애거나 줄이는 '우회 증세'가 아닌 세율을 건드리는 정공법이다. 증세 칼날은 근로소득 상위 0.1%에 가져다댄다. 담세력(조세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거둔 세금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등 요긴하게 쓰겠다는 취지다. 중장기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데 이견은 많지 않다. 그러나 '중부담·중복지'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표적 증세는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수년간 소득세 증세는 오로지 고소득자에게만 한정되고, 다수의 중산·저소득층은 예외였다.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고소득층 세부담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0.1% 고소득자에 세금 얼마나 더 걷나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40%)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5억원 초과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고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약 0.1%인 1만9683명(2015년 기준)이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되며, 연 1조2000억원 규모의 세수 효과를 내다보고 있다. 종합소득자 기준으로는 약 4만4860명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이라는 측면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세공약이 명문화된 것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많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강도가 더 높은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연 소득 10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에게 무려 60% 세율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기준으로 보면 1907명(2015년 귀속소득 기준)이 대상이다. 여기에 현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구간보다 2억원 높인 7억원 초과 구간도 새로 만들어 50%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고소득자를 표적으로 한 증세가 우후죽순 추진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소극양극화 문제 때문에서다. 바꿔 말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흡하다는 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소득은 통계계 작성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인 5.6%나 급감한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2.1% 늘었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복지지출 재원이 확보되며,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른바 '부자증세'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에 "조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에 있어 노력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저소득층은 무섭고... '봉'이 된 고소득자 고소득층만의 표적 과세는 조세형평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수년간 이루어진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만 보더라도 고소득 구간에서만 세율이 손질되고, 중산·저소득층이 적용받는 과표구간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거나 되려 낮아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2008년 소득세 세율 구간은 4단계로 '120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구간에 각각 8%, 17%의 세율을 매겼다. 이후 이 소득구간 세율은 6%, 15%로 내려가면서 10여년 동안 제자리에 있다. 중산층인 8800만원 이하 구간도 24%의 세율을 수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2008년 당시 8800만원이 넘는 소득 구간에 최고세율(35%)인 적용시켰는데 2012년에 '8800만원~3억원 미만'에 35%, '3억원 초과'에 각각 35%, 38%의 세율을 매기며 고소득 쥐어짜기에 나섰다. 이후 2년 주기로 부자증세는 계속 이루어졌다. 2014년에 3억원 미만 소득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춰 35%의 세율을, 1억500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선 최고세율(38%)를 적용시켰다. 올해는 세율 구간을 6단계로 늘려,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을 5억원으로 정했다. 소수의 희생으로 세수를 더 얻고자 하는 기저에는 조세조항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2013년 정부는 소득세제 관련한 특별공제(의료·교육비, 기부금, 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명분이었다. 그러나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세부담이 늘어난 사례가 발생하자 근로자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적 조세저항으로 인해 2015년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거치며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로 과세형평성이 개선된 것과는 반대로 근로소득세의 면세자 규모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2015년 현재 근로소득 과세 대상자는 1732만명으로, 이 중 46.8%인 810만명은 과세 표준 미달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는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과세근로자 절반에 달하는 면세자도 문제다. 근로소득공제를 조정하거나 최저한세(최소한 일정액 이상의 세금을 내게 하는)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세 표적된 '0.1% 고소득층'…공평과세 명분 잃나

2017.06.16

고소득자를 타겟으로 한 증세(增稅)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득공제 제도를 없애거나 줄이는 '우회 증세'가 아닌 세율을 건드리는 정공법이다. 증세 칼날은 근로소득 상위 0.1%에 가져다댄다. 담세력(조세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거둔 세금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등 요긴하게 쓰겠다는 취지다.

중장기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데 이견은 많지 않다.

그러나 '중부담·중복지'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표적 증세는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수년간 소득세 증세는 오로지 고소득자에게만 한정되고, 다수의 중산·저소득층은 예외였다.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고소득층 세부담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0.1% 고소득자에 세금 얼마나 더 걷나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40%)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5억원 초과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고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약 0.1%인 1만9683명(2015년 기준)이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되며, 연 1조2000억원 규모의 세수 효과를 내다보고 있다.

종합소득자 기준으로는 약 4만4860명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이라는 측면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세공약이 명문화된 것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많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강도가 더 높은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연 소득 10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에게 무려 60% 세율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기준으로 보면 1907명(2015년 귀속소득 기준)이 대상이다. 여기에 현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구간보다 2억원 높인 7억원 초과 구간도 새로 만들어 50%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고소득자를 표적으로 한 증세가 우후죽순 추진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소극양극화 문제 때문에서다. 바꿔 말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흡하다는 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소득은 통계계 작성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인 5.6%나 급감한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2.1% 늘었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복지지출 재원이 확보되며,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른바 '부자증세'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에 "조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에 있어 노력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저소득층은 무섭고... '봉'이 된 고소득자

고소득층만의 표적 과세는 조세형평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수년간 이루어진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만 보더라도 고소득 구간에서만 세율이 손질되고, 중산·저소득층이 적용받는 과표구간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거나 되려 낮아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2008년 소득세 세율 구간은 4단계로 '1200만원 이하', '4600만원 이하' 구간에 각각 8%, 17%의 세율을 매겼다. 이후 이 소득구간 세율은 6%, 15%로 내려가면서 10여년 동안 제자리에 있다. 중산층인 8800만원 이하 구간도 24%의 세율을 수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2008년 당시 8800만원이 넘는 소득 구간에 최고세율(35%)인 적용시켰는데 2012년에 '8800만원~3억원 미만'에 35%, '3억원 초과'에 각각 35%, 38%의 세율을 매기며 고소득 쥐어짜기에 나섰다. 이후 2년 주기로 부자증세는 계속 이루어졌다. 2014년에 3억원 미만 소득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춰 35%의 세율을, 1억500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선 최고세율(38%)를 적용시켰다. 올해는 세율 구간을 6단계로 늘려,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을 5억원으로 정했다.

소수의 희생으로 세수를 더 얻고자 하는 기저에는 조세조항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2013년 정부는 소득세제 관련한 특별공제(의료·교육비, 기부금, 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명분이었다. 그러나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세부담이 늘어난 사례가 발생하자 근로자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적 조세저항으로 인해 2015년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거치며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로 과세형평성이 개선된 것과는 반대로 근로소득세의 면세자 규모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2015년 현재 근로소득 과세 대상자는 1732만명으로, 이 중 46.8%인 810만명은 과세 표준 미달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는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과세근로자 절반에 달하는 면세자도 문제다. 근로소득공제를 조정하거나 최저한세(최소한 일정액 이상의 세금을 내게 하는)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