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발단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은 최근 "종교인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이유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과세제도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도 과세 유예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삽시간에 논란으로 번졌다. 청와대가 "(과세 유예는)김 위원장 (개인의) 입장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종교인 과세제도는 지난 2015년 국회를 통과,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당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 시행을 2018년 1월로 잡은 것은 총선·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감안한 측면이 컸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준비'와는 관계 없이 순전히 정치적 판단이 가미된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다.

종교인 과세제도의 체계를 살펴보면 김 위원장의 과세 유예 발언은 근거도 명분도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다.

종교인 과세체계는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종합소득 과세체계를 '짬뽕' 해놓은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즉 근로소득 및 종합소득 처럼 소득구간별로 6~38%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기타소득처럼 애초 소득의 일정부분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준다.

세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편인데 소득구간이 연간 4000만원 이하인 경우 80%의 필요경비율이 적용된다(4000만원~8000만원 60%, 8000만원~1억5000만원 40%, 1억5000만원 초과 20%). 여기에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실비변상적 비과세소득도 과표에서 제외해 준다.

근로자처럼 매달 월급에서 원천징수를 해가는 것도 아니고, 종합소득세처럼 종교단체가 1년에 한 번, 자진신고 방식으로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연소득 4000만원인 종교인이 내야 할 세금은 고작 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세법을 잘 이용하면 여기서 더 줄일 수도 있다.

종교인들은 물론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상천외한 '특혜성 과세제도'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종교인 소득을 파악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집행기관은 종교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계도하기만 해도 이 제도는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체 어떤 준비가 안됐고 부족하며 어느 부분이 혼란과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30일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이제부터 연말까지 잘 준비해 문제가 없다면 유예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을 바꿨다.

자타공인 조세전문가이자 부총리만 2번 역임한 4선 국회의원이며 이제 막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총괄 컨트롤 타워의 언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가볍고 무책임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자신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몰랐다는 것인가. 

자타공인 조세전문가인 김 위원장에게 '조세(租稅)'가 무엇인지 새삼 묻고 싶다.

그 어느 사회적 제도보다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는 것이 조세 아닌가.

종교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하늘나라 사람들인가.

비슷한 소득을 벌어도 애초부터 적게 세금을 내도록 혜택을 주는데도 그것마저 싫다고 몸부림치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정책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위정자들의 책무다.

그런데도 혼란, 갈등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그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과연 위정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처신인지 묻고 싶다.

종교인 과세제도는 단순히 세수확보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다.

공평과세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수 년 동안의 혼란과 갈등을 겪은 끝에 내려진 국민의 명령이다.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면 지금이라도 김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는 물론 국회의원 뱃지도 내려놓아야 한다.

2년 유예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도 접기를 바란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정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 추진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증세 로드맵'을 짜는 일을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장 10조원 규모의 돈(추경)이 필요한데다 문 대통령의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서는 향후 5년 동안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종교인 과세를 늦춘다면, 앞으로 국정위가 내놓을 크고 작은 증세정책에 그 어떤 국민들도 동의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지난 47년 동안 이어져온 청산해야 할 적폐다.

이 문제를 놓고 종교계가 반발을 계속한다면 이 또한 명분이 없다.

과세 시행까지 7개월. 더이상 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