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종교인 과세 미루려는 김진표, '적폐청산' 말할 자격있나	2017.05.30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홍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종교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47년 동안 '과세 성역(聖域)'으로 군림해 온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또 연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15년 가까스로 국회의 벽을 넘어섰지만,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2017년까지 '2년 유예' 기간을 갖도록 했다. 가만히 놔두면 내년부터 과세권이 발동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이끄는 김진표 위원장이 뜬금없이 종교인 과세 연기를 운운하고 나서며 상황이 꼬여가는 분위기다. 소득자료 등 과세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청와대가 즉각 나서 '김 위원장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에서 예외인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은 것을 두고, 연일 '적폐 청산'을 외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종교인은 겁나고 국민은 겁나지 않나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 갑종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그러나 종교계의 거센 발발에 부딪혀 허송세월하다 지난 2012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세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듬해 종교인 과세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좌초됐다. 이후 2015년 12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새로 만들고, 종교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로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필요경비율(최대 80%)을 적용하거나, 1년에 한 차례 소득을 자진 신고·납부하는 방식의 과세체계를 설계했다. 교회가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의 장부, 서류만 국세청에 제출하면 된다. 종교계가 우려했던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도 없앤 셈이다. 다만 그간 부과하지 않았던 세금을 갑작스럽게 부과했을 때 '납세 예측가능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2017년까지 과세를 유예, 201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가 시행까지 7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대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까지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는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항(종교인 과세)을 또 다시 미루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종교인 과세를 번복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위원장이 적폐청산을 국정운영 철학으로 삼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향후 5년 국정운영 청사진을 그리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를 이끄는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개인의견'으로 치부하기는 대단히 궁색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는 것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종교인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포 다 땐 과세제인데... 왜 자꾸 미루려고 하나 종교인 과세체계는 사실 과세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종교인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근로소득자와 같더라도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구조로 과세체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구간이 연 2000만원을 넘지 못했을 때 적용하는 필요경비율은 80%, 2000~4000만원 50%, 4000~6000만원 30%, 6000만원 초과는 20%다. 비과세소득도 근로소득과 동일한 수준인 본인학자금, 식사대(월 10만 이하), 실비변상액, 사택제공이익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범위가 넓어 근로자와 소득이 같아도 부담해야 할 세금은 적고, 고소득일수록 결정세액(실제로 납부해야 할 세금) 차이는 커진다. 다시 말해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정상적으로 거둔다고 해도 '공평과세'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종교인 과세는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도 아니고 변칙으로 해놓은 마당에 과세를 또 유예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향후 근로소득으로 부과해 정상적인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과세체계가 만들어졌음에도 "국세청과 종단이 함께 과세기준을 상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도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종교인 과세 미루려는 김진표, '적폐청산' 말할 자격있나

2017.05.30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홍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종교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47년 동안 '과세 성역(聖域)'으로 군림해 온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또 연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15년 가까스로 국회의 벽을 넘어섰지만,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2017년까지 '2년 유예' 기간을 갖도록 했다.

가만히 놔두면 내년부터 과세권이 발동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이끄는 김진표 위원장이 뜬금없이 종교인 과세 연기를 운운하고 나서며 상황이 꼬여가는 분위기다.

소득자료 등 과세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청와대가 즉각 나서 '김 위원장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에서 예외인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은 것을 두고, 연일 '적폐 청산'을 외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종교인은 겁나고 국민은 겁나지 않나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 갑종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그러나 종교계의 거센 발발에 부딪혀 허송세월하다 지난 2012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세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듬해 종교인 과세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좌초됐다.

이후 2015년 12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새로 만들고, 종교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로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필요경비율(최대 80%)을 적용하거나, 1년에 한 차례 소득을 자진 신고·납부하는 방식의 과세체계를 설계했다. 교회가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의 장부, 서류만 국세청에 제출하면 된다.

종교계가 우려했던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도 없앤 셈이다.

다만 그간 부과하지 않았던 세금을 갑작스럽게 부과했을 때 '납세 예측가능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2017년까지 과세를 유예, 201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가 시행까지 7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대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까지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는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항(종교인 과세)을 또 다시 미루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으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종교인 과세를 번복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위원장이 적폐청산을 국정운영 철학으로 삼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향후 5년 국정운영 청사진을 그리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를 이끄는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개인의견'으로 치부하기는 대단히 궁색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는 것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종교인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포 다 땐 과세제인데... 왜 자꾸 미루려고 하나

종교인 과세체계는 사실 과세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종교인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근로소득자와 같더라도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구조로 과세체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구간이 연 2000만원을 넘지 못했을 때 적용하는 필요경비율은 80%, 2000~4000만원 50%, 4000~6000만원 30%, 6000만원 초과는 20%다. 비과세소득도 근로소득과 동일한 수준인 본인학자금, 식사대(월 10만 이하), 실비변상액, 사택제공이익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범위가 넓어 근로자와 소득이 같아도 부담해야 할 세금은 적고, 고소득일수록 결정세액(실제로 납부해야 할 세금) 차이는 커진다. 다시 말해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정상적으로 거둔다고 해도 '공평과세'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종교인 과세는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도 아니고 변칙으로 해놓은 마당에 과세를 또 유예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향후 근로소득으로 부과해 정상적인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과세체계가 만들어졌음에도 "국세청과 종단이 함께 과세기준을 상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도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