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주택을 임대해 연간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수익을 올리는 집주인들에 대한 과세가 '성역(聖域)'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해 임대주택 보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집주인의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할 목적으로 일정 수준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일정수준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로 벌어들이는 소득 금액 기준이나 면세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2018년까지 연기해둔 소액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제도 작동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던 소액 임대소득은 2014년 과세방침이 정해진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가졌다. 과세권이 정상 작동했다면 올해부터 소액 임대소득자에게 과세칼날을 들이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월세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가 이루어질 경우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월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또 2년 뒤로 미루게 된 것이다.

사실 집주인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크지 않다.

임대소득의 60%는 집수리·유지에 따른 '필요경비(기본공제 400만원 추가)'로 과세금액에서 빼주고 낮은 세율(14%)로 인해 사실상 부담하는 세액은 미미하다. 연 1000만원의 임대소득자의 세부담은 없으며,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가져야 약 56만원의 세부담이 생기는 정도다.

발목을 잡은 건 건강보험료였다.

그동안 집주인들은 신고 소득이 없었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나, 과세가 이루어졌을 때 지역가입자로 분류됨에 따라 '폭탄' 수준의 건보료를 맞는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도 과세유예 결정 배경으로 "건보료 부과체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권을 행사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새 정부가 소액 임대소득에 면세 혜택을 주려는 데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에서다.

임대료 상승폭을 일정 수준(상한제)으로 묶고 임대주택 보급을 늘릴 수 있도록 부동산시장에 '시그널'을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주인의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전제도 달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큰 목적성에도 불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간 의무화하지 않던 임대소득에 대한 신고·과세를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기조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정권 교체 이전에 "주택 임대소득 과세제도 유예는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언급하면서 자체 세법개정안을 통해 올해부터 세금 부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말바꾸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소액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기조를 유지하는 대신, 이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