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의 프레임을 깨뜨릴 기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증세 없이는 양극화, 저출산·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먼저 고소득자, 대기업 등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증세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새로 출범하는 경제팀이 이 기조를 어떻게 현실화 시킬지 관심사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이른바 '부자증세'를 포함한 재원 조달책을 오는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담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입개혁을 통해 연평균 13조2000억원(5년 66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씀씀이만을 아껴서는 재원 조달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씀씀이를 줄이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를 정책 기조로 삼았으나, 결과적으로 꼼수 증세를 남발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달랐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세입개혁은 증세다.

대표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더 걷도록 틀을 짜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연(年) 소득이 5억원을 넘는 근로자에게는 40%의 세율(최고세율)이 매겨지는데, 문 정부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과세구간을 5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3억원 초과 시 세율 42%'로 높이자는 소득세 인상안도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법인세율은 대기업 중심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하면서 최저한세율(기업들이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세입 개혁에도 재원이 모자랄 경우 과표 200억 이상 법인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5%(현 22%)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3%포인트 낮췄던 것을 되돌려 놓겠다는 복안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경제팀 수장으로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증세의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 년 전 공직자라는 그의 신분을 감안했을 때 개인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보면 인위적인 증세는 지양했었다.

2012년 4월 기재부 2차관 신분이었던 김 후보자는 당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정치권이 제시한 복지공약의 재원조달 방안인 법인·소득세 증세 등은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듬해 3월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맡을 당시 고위 당정청 워크숍 직후에는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고 간접 증세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직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오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수장 후보로 발탁된 현재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증세 기조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펼쳐질 것을 고려하면 증세를 하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난 21일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증세와 관련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들여다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한다든지 세정 측면에서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먼저"라며 "법인세 증세 문제는 여러 재원과 실효세율 방안을 검토한 뒤 아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증세론을 펼치면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세제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달하는 '면세자'를 줄인다는 공약도 없이 고소득자의 세금만 쥐어짠다는 비판으로 형평과세 원칙에 흠이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