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두 달여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준비 과정 없이 취임하는 만큼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즉각 지명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 부 차관 등 청문회가 필요 없는 공직자는 조속히 임명해 공무원조직부터 안정시켜야 한다. 총리 후보 지명과 인준이 빨리 끝나야 장관 제청과 임명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야당이 대체로 동의하고 거국내각의 성격을 갖는 총리 후보로 첫 발을 순조롭게 뗄 수 있어야 한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 새 대통령의 앞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이 절실하다. 대통령 궐위로 실종된 정상외교를 복원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새 대통령은 통합 정부 구성과 분권 및 협치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고, 야당은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정부 출범기간 만이라도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통합은 어느 한 쪽만의 책임과 의무는 아니다. 

협치는 4․3총선 이래 국민이 내린 명령이다. 현재의 국회의석구도 아래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내각구성은 물론이고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한 어떠한 입법 조치는 불가능하다.

협치는 양보가 대전제다. 대통령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진영논리에 매몰되는 순간 박근혜 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통합과 협치의 첫 시험대는 인사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가 및 정부 시스템의 붕괴였다. 적폐청산은 이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일이고, 측근과 주변 사람만 쓰는 정실 인사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그 출발점이다.

정파와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대탕평 원칙 아래 대한민국 드림팀을 꾸려 100% 모든 국민의 대통령임을 행동으로 보여야한다. 유승민의 개혁적 보수와 심상정의 합리적 진보를 껴안아 기존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관계를 깨뜨려야 진정한 협치의 토대를 닦을 수 있다.

우리의 외교 안보환경은 '시계(視界) 제로'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은 멈출 줄을 모른다.   중국이 대북 압박 강도를 마지못해 높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아베(安倍晋三) 총리는 한반도 위기국면을 이용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줄달음치고 유사시 주한미군과 미․ 일 국민 공동대피작전을 떠벌리며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 외교 중심축이 한·미 동맹인 만큼 새 대통령은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초당적 대처를 위해 '여·야·정 비상안보 협의체' 같은 것을 구성해 국가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트럼프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 '판을 흔들며 위협'한 뒤 '새로운 조건을 앞세워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술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당했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불공정 무역 국가'라고 비판하며 기선을 제압한 다음 일본 기업의 미국 내 4500억 달러(약 509조) 투자와 7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물을 아베로부터 얻어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환율조작국' 지정과 '하나의 중국' 문제까지 건드려 '중국의 대북 압박' 카드를 끌어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청구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발언은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에서 미국우선주의에 봉사하는 이익동맹으로 격하도 불사한다는 의미다. 미국도 중국도 자국 이익을 중심에 놓고 한반도 및 동북아 패권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 핵은 사실상 폐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우선 북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시켜 급한 불을 끄고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 체제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만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남아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구축하고, 남북관계 제도화와 한반도 물류시대 개막 등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 미국·중국 등과 적극 소통하는 협상력을 발휘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드문제의 출구도 자연스레 생길 수 있다. 새 대통령이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 푸틴 사이를 비집고 우리의 공간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우리 경제는 최근 6개월 연속 수출증가에 힘입어 회복 기미가 엿보이고 성장률 전망치도  다소 올려 잡고 있지만 여전 3%를 밑도는 저성장이다.

수출호조도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된 현상이고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일자리 불임'이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줄고 기득권카르텔의 불공정 구조 속에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새 대통령은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확충하면서 동시에 경제 불균형을 완화 해소해야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직성 등 우리경제가 꼭 풀어야 할 주요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며 이를 실천해나갈 정치 리더십이다.

고착화된 기득권과 '사회적 갑질'구조를 깨고 국민들에게 그 고통을 분담토록 요구․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은 대통령의 통합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선 때 쏟아진 각종 경제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가지치기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각 당의 입장 차가 큰 경제정책 방향과 일자리 대책 등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여·야·정 경제 협의체'도 구성해 초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아량도 보여야 한다.

19대 조기 대선은 촛불로 상징되는 '분노한 민심'으로 촉발됐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따른 선거여서 처음에는 야야(野野)대결로 출발했지만 막판에 여야 및 보수 대 진보 대결구도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중도 보수후보들의 선전(善戰) 등 기존의 보수가 진화하고 재편되어가는 희망도 살아나고 있다. 

다자구도의 선거결과 1위와 2위와의 격차가 얼마나 나느냐, 또 2위 후보가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환경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은 이제 언감생심이다. 겸허하게 자세를 낮추고 다수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삼아 통합의 지도자로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경제를 살려내는 19대 대통령이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