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도에 자녀장려금을 수령한 이00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대리운전 기사로, 저는 로컬푸드 매장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11살, 9살, 7살 된 아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시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친정 부모님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형편이라 아이들이 태어난 후 딱히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어 낮에는 밤에 일을 하는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교대하는 식으로 생활을 해 왔습니다.

15평 월세 아파트에서 다섯 가족이 아끼며 생활해도 생활비는 매번 적자였고 아이들 학원이나 가족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좁은 집에서 오롯이 온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을 다행으로만 여기고 살았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아프면 일도 못나가고 일을 못하면 당장 매일 들어와야 하는 돈이 없어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지요.

저라도 온종일 근무하는 일을 하면 수입은 조금 더 늘겠지만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질 않아 시간제 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밤새워 대리운전 일을 하며 추운 날이나, 더운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취객들의 차량을 운전하며 온갖 시달림을 당했을 남편은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 오면 항상 따스한 미소로 아이들을 돌보는 자상한 남편이지만 넉넉하지 못한 수입에 아이들과 제가 고생한다며 많이 미안해했습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도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나 세상모르고 꿀잠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이 사라지고 다시 한 번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살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태권도학원이나 피아노 학원 한 번 보내지 못하고 학습지도 못해 주는 부모가 바로 저라는 게 아이들한테 항상 미안하고 제 자신에게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큰 아이는 우리 집 형편을 말은 안 해도 대충 눈치로 어렵다는 걸 알고  넓은 집에 사는 친구들이나 좋은 차를 타는 친구가 부러워도 내색하지 않고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 아빠한테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았습니다.

어린 동생들이 눈치 없이 무엇이 사고 싶다고 하면 두 살 터울인데도 어른처럼 동생들을 타이르며 엄마, 아빠 지금 힘드니까 얘기하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한창 예쁜 것 갖고 싶고 엄마, 아빠에게 투정부릴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언젠가 큰 아이에게 우리 집이 다른 친구들보다 가난해서 창피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답이 그래도 우리는 건강하게 대화도 많이 하며 화목해서 행복하다고 해서 울컥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자식농사는 잘 지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 일찍 돌아가신 시부모님 때문에 많이 외로웠던 남편이 시골출신인 저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결혼한 지 6년 만에 어렵게 큰 아이를 낳고, 2년 터울로 둘을 더 낳아 다섯 가족이 된 건 지금 생각하면 꿈 같이 행복한 일이지만 소중한 아이들에게 마음껏 뒷바라지를 해 주지 못하는 게 많이 미안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아이들이 부유한 집에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게 아닌지 후회가 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하루하루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죄 없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낸 적도 있습니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이유 없이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된 거죠.

그러던 중 자녀장려금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셋이라 한 아이 당 50만 원씩 150만 원의 장려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녀장려금을 신청하고도 우리 집이 신청가능 범위에 있는지 정말 이렇게 신청하면 받을 수는 있는지, 우려 반, 의심 반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형제들이나 시골에 계신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는 이 어려운 생활은 우리 부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은행대출이나 카드 돌려막기 등으로 당장 급한 불 끄고 보는 식으로 살아온 상황에 국가에서 이렇게 큰 금액을 지원한다는 자체가 조금은 의심스럽고 혹시 누가 장난하는 건 아닌지 한동안 인터넷을 열심히 조사하고 지원제도를 또 읽고 확인했답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150만 원이라는 돈이 하룻밤 술값이나 핸드백 하나 값일지도 모르지만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정말 소중하고 엄청나게 큰 금액입니다.

더구나 5월에 신청한 후 몇 달이 지나 신청한 걸 잊어버릴 때 쯤인 9월에 받은 자녀장려금은 추석명절 전에 지급되어 실로 오랜만에 부모님께도 용돈이라는 걸 드릴 수 있었고 넉넉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인 일을 하는 부부로선 명절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지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남편이나 저나 한 번도 명절 떡값이라는 걸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장려금을 받았다고 해서 흥청망청 쓰기보단 이 돈은 우리 부부가 아닌 아이들이 있었기에 받게된 소중한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 돈 나갈 데는 줄 서 있었지만 독한 마음먹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 각자 이름으로 적금통장을 하나씩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아이들의 적금만큼은 절대로 깨지 말자고 부부가 다짐 또 다짐을 했습니다.

명절 지내고 아이들과 외식도 하여 남은 돈은 처음 받은 금액보다 많이 줄어 있었지만 아이들 각자 이름이 적힌 통장을 보니 찍힌 금액과는 별도로 마음이 벅차오르고 못난 엄마, 아빠가 오랜만에 부모노릇 한번 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정말 좋았답니다.

어둡기만 했던 우리 가정의 미래가 조금은 밝아 보이는 느낌도 들었고요. 마음이 밝아지고 넉넉해지니 그동안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던 일도 적어지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간절하게 원해서 생긴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나 힘들다고 화풀이를 했는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물론 자녀장려금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생활형편이 확 펴지고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이 아이들 덕분에 국가의 지원을 받고 또 미래를 위한 희망을 갖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남편은 튼튼한 두 다리를 밑천삼아 밤새 열심히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고, 저 또한 최저시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일당을 벌어 생활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소박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며 엄지를 세워주는 모습, 세련되지 못한 옷차림으로 학교에 찾아가도 창피해하지 않고 멀리서부터 웃으며 달려와 주는 착한 아이들이 있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힘이 생깁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 잘못 만나 금수저, 은수저도 아닌 정말 흙수저지만 그런 흙수저인 아이들이 자라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이해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매일 기도합니다.

어려운 환경을 경험한 사람만이 그 사람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빈곤국가 아이들이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목숨이 위태롭다는 뉴스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지금 우리는 뉴스 속 상황보다 얼마나 나은 생활을 하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지금 이렇게 가족 모두 건강하게 따뜻한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자녀장려금은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국가의 칭찬과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칭찬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없는 살림에 아이만 많이 낳아서 뭐 할거냐는 구박보다는 잘 낳았으니 잘 키워보라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면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으니까요.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가 새롭고 방심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살아가는 목표가 생기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철없는 어른이라서 아이들의 사소한 실수에 혈압이 오를 때도 있고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고 할 때는 사춘기 아이처럼 토라지기도 하지만 그런 엄마를 따르고 의지하는 아이들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접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줄 때나 생일 때 틀린 맞춤법으로 꾹꾹 눌러 쓴 축하편지를 선물로 줄 때 정말 내가 아이들을 낳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상황이 경제적으로 힘들 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는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데 이 정도면 지금도 정말 행복하지요.

주위에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어도 아이가 없어 마음  고생, 몸 고생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 나쁜 엄마는 그런 소중한 선물이 있다는 걸 잊고 오늘도 몇 번이나 텔레비전을 많이 본다고, 또 동생들과 다툰다고 혼을 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알까요? 그건 엄마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요.
오늘도 은행에 다녀왔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 통장에 넣어주려고요. 시작은 자녀장려금을 받은 것이 계기였지만 앞으로 힘들 때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쌓여 가는 적금통장을 보며 소중한 아이들을 위한 작은 희망을 키워볼까 합니다.

내일도 오늘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며 국가의 소중한 인재가 될 수 있게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수기 작성자 : 대전광역시 이ㅇㅇ(서대전세무서 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