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법' 제정 등 대선정국과 맞물려 국세청을 둘러싼 개혁방안이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장의 임기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만으로 완전하진 못하지만, 임기 보장과 제도적 장치가 병행될 경우 국세청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종국 미국변호사는 지난 29일 열린 (사)한국조세연구포험 2017 학술대회(설린 최명근 선생 10주기 기념)에서 국세청장 임기제와 관련한 미국와 우리나라의 제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날 "국세청장 임기제에 대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제도 비교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국세청장 임기보장에 대한 찬반논의는 임기보장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국세청장의 임기보장의 실효성과 검찰, 경찰 등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는 사람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특정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작용도 그 행정의 조직구도와 행정이 준수해야 할 규범을 어떤 틀 또는 어떤 기준으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인간의 행동양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국세청의 임기보장은 필요하다. 또한 정치현실적인 부분을 법률의 제정에 개입시키는 것은 타당치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국세청장의 임기는 몇 년이 적절한지 ▲중임을 불허하는 근거는 타당한지▲외부인사의 영입이 과연 국세청을 개혁하고 정치로부터 독자성을 지켜주는지 ▲외부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면 후보는 어떻게 설정할지 ▲국회에 인준권한과 탁핵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대통령의 행정권에 대한 침해는 아닌지 ▲기획재정부 내에 위원회를 설치해 미국과 같이 추천·해임원고 권한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 등 국세청장 임기제를 둘러싼 향후 논의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과 한국 모두 세무행정기관 수장의 임기보장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없어 보인다"면서 "단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국세청장의 임기보장에 관한 미국의 제도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변형해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의된 국세청장 임기보장제 관련 법안(5개)과 미국의 제도를 비교한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국세청장 임기를 5년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반해, 발의안은 모두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임도 불허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2년 임기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검찰총장, 경찰청장, 특허청장의 임기가 2년인 것에 비추어 타 조직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임명 절차의 경우 미국은 국세청장을 상원의 인준을 받은 다음 대통령이 인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행제도에서는 국회의 인준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제도는 법률적 성격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선 국세청장을 탄핵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탄핵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며 "우리도 미국과 같이 국회를 통한 국세청장 인준 제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국회의 인준없이 대통령이 국세청장을 임명할 수 있는 체제에서는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