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增稅)'에 대한 각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유사하다. 어떤 형태이든 어느 시기가 됐든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올리는 것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세목의 증세를 통해 일자리·복지 공약 실현에 투입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접근방법이 다소 상이하기는 하지만 법인세의 명목세율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22%까지 내렸던 부분을 2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대선 후보들을 관통하고 있는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했을 때 수 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더 들어온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릴 재원 마련책으로 여길 법하다. 소득세는 납세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세율을 올리는 방향성이 설정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거나 지하경제 양성화 사업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고 공언했는데, 대선 후보들은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기조를 버리고 '증세 있는 복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세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법인세는 경제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세목인데, 이 세목의 세율을 올렸을 때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의 기업환경에서 과도한 세율 인상이 경제주체의 투자 의지를 꺾어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인위적으로 세율을 건드리는 증세가 아닌, '과세 사각지대'에 놓인 세원을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쉬운 길만 택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일을 하면서 소득을 버는데도 절반에 달하는 근로자가 면세 혜택을 누리는 부분을 줄이거나, 소득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탈루는 잡는 등의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재정도 한계(재정준칙)가 있기에, 개인이나 기업들처럼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교수, 회계사, 경제계 관계자 등 조세전문가 6명(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원)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조세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 김용민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센터 연구위원,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순서는 이름 가나다순) 등이다. 

Q. 주요 대선 후보들이 법인세의 명목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등의 주요 세목의 세율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추세인데도 우리나라만 역행했을 때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서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했을 때, 국제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세율 인상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다른 나라들이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복지재원 확충이라고 하면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범위 내에서 전 세목을 다양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법인세만 올리겠다는 것은 조세형평성을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은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비현실적"이라며 "소득세와 전혀 다른 양태인 법인세를 우리나라만 올린다고 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서 기업들에 대한 조세지원이 축소되어 법인세 부담이 늘어났다"며 "글로벌 기업들하고 경쟁을 해야 하기에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와 관련된 조세지출 부분이 많이 있다. 법인세율을 올리기 전에 조세감면 제도를 정비한 이후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본다"라며 "법인세율 인상이 최우선은 아니고 다른 세목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인천재능대학교 교수는 "꼭 필요한 재원이라면 법인세율을 올릴 수 있겠지만 국제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만 가지고 복지재원을 조달할 수 없으니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필요다가"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센터 연구위원은 "OECD 기준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정확하게 측정한 다음에 나라별로 비교해서 우리가 만약 낮은 수준이라고 하면 국제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법인세율을 올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Q. 차기 정부에서 주요 세목의 세율을 올리는 증세가 확실시되는 모습이다. 증세가 우리 경제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법인세만 놓고 보면 증세로 인한 세수효과는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세는 최종 조세부담 귀착이 법인에게 가지 않고 소비자, 하청업체에게 가기 때문에 세율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

홍기용 교수는 "단순히 법인세율이 오른다고 세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라며 "법인세율을 올리는 순간 법인은 세금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데, 부품업체나 하청업체에 단가를 후려쳐서 늘어난 비용을 전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원석 교수도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니까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이는 경영활동에 제약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구 팀장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을 때 법인세가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라며 "세율을 인상한다는 게 경제적인 측면만 봐서는 안 되고 정치적인 의사결정도 중요하기에 그런 것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은 대선 후보들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 부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면 단기적으로 소비도 증진시키고 하겠지만 단기적인 효과이며, 장기적인 해결방안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양균 정책본부장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꼭 필요한 복지 이외에 일반적인 부분까지를 포함하는 정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세금을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Q. 대선 후보들이 외치는 '중부담 중복지' 사회, 바람직한가.

전문가들은 세금부담을 늘리고 더 많은 복지를 누리는 '중부담 중복지' 기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에 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단순히 법인세, 소득세의 증세로 충당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불투명한 재정조달책임이 틀림없다.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복지 수요를 없애거나, 뼈를 깎는 세출구조조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석구 팀장은 "복지에 대해서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어느 주머니에서 (돈을)나오게 할 것이냐는 입장이 다를 것 같다. 한 기관의 조사에서 '복지를 늘리는 건 동의를 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늘리겠냐는 질문에는 차라리 현 수준이 낫겠다'라는 응답이 많았다. (복지재원에 필요한 증세는)국민적 합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교수는 "대선 공약들을 보면 조세정책은 없고 다 돈 쓰자는 것만 있다. 중복지는 좋지만 중부담은 세금을 올리자는 것인데, 중부담의 개념이 오리무중"이라며 "복지를 올리는데 어떻게 부담한다는 얘기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김용민 교수는 "중부담 중복지는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복지가)북유럽 수준으로 못가기 때문에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한다"며 "하지만 우선순위를 파악해야 한다. 기존에 중복된 복지를 정리하지 않고 그 위에 쌓고 또 쌓으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양균 정책본부장은 "재정이라는 게 한계가 있다. 기업이나 국민들은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는데, 정부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중부담 중복지가 뭔지 모르겠는데,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복지를 해야지 계층 간 소득이전을 통해 복지를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갈등도 큰데 화합차원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고령층이 많아지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정부 재정지출의 역할이 커지게 되면서 돈이 필요하다. 국공채 발행에는 거부감이 있기에 세금인상을 택할 것"이라며 "재원조달의 방법 중 세금인상이 유력하기 때문에 중부담 중복지로 방향이 잡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Q. 차기 정부가 조세부담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했으면 하는 세제개편방안이 있다면.

전문가들은 증세에 앞서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을 하면서 소득을 버는데도 세금(근로소득세)을 내지 않는 근로자의 수를 줄이고,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적인 규제가 많은 가업상속공제도 사후관리제로 전환하거나, 일몰이 도래할 때 마다 연장을 반복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을 영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기용 교수는 "세율을 올려서 세수를 올리기 보다는 과세되지 않거나 낮게 과세된 부분에서 세금을 끌어와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임대소득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들의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 가면 그렇지가 않다"며 "이런 곳에 엄격한 조세행정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면세점 근로자'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물가인상에 따라 소득세를 올리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도 물가연동세제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실질소득 증가분만큼만 거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사전적 규제가 많다. 사람이 죽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라며 "기업 경영권 상속 시 사후적인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전 정부에서 시도했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몇 가지 정상적이지 않은 세제들이 있다. 이런 부분의 효과성을 검토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양균 본부장은 "R&D(연구개발) 공제, 투자세액공제는 일몰이 다가오면 검토 뒤에 연장을 하고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일몰 없이 영구화하는 국가도 있다. 그런 것들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우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투자나 알앤디가 필수인데 그런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팀장은 "기업 쪽으로 나가는 조세지출은 (정부가)많이 줄였는데 방향성은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미래 투자 산업 부문에 대한 지원을 (세제지원을)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교수는 "교육세 농특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목적이 달성한 부분에 돈이 들어가는 목적세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