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근로·자녀장려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내려다 국세청에 덜미가 잡히는 이른바 '무늬만 저소득층'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장려금은 신청자의 소득, 부양가족, 주택, 재산을 두고 법이 정한 요건에 충족했을 때 지급되는 것인데, 맞벌이 아내의 수입을 숨기거나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을 시세보다 적게 기재했다가 국세청의 사전심사 단계에서 포착되고 있다.

운 좋게 장려금을 수급 받았더라도 차후 검증절차에서 적발되면 지급받은 장려금을 모조리 환수 당하기도 한다.

부정수급 노리는 '가짜 저소득층'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인 A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격(간주전세금)은 1억원이었다. 그런데 전세금을 1500만원으로 기재하면서 근로·자녀장려금을 신청했다.

장려금을 부정수급하려는 A씨의 가짜서류는 금방 들통 났다. 국세청은 제출된 전세보증금이 시세와 차이가 많다는 점을 의심해 임대인(집주인)에게 확인했는데, A씨가 전세금을 과소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재산기준 금액이 초과한다는 이유로 장려금 지급대상에서 제외시켰다.  

B씨의 아내는 골프장 경기보조(캐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맞벌이 가구임에도 아내 소득을 누락한 채 장려금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B씨 부부의 소득을 합산해 소득요건을 판단했는데, 장려금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수급대상에 뺐다.

폐업한 식당에서 근무했다는 황당한 근로자도 있었다.

C씨는 모 식당에서 근무했다는 근무사실 확인서를 첨부해 장려금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해당 식당은 폐업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영업한 사실이 없었다. 제출된 근무사실 확인서도 당연히 C씨가 임의로 작성한 가짜였다.

국세청은 C씨를 장려금 수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제도를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사례로도 볼 수 있으나, 재산 보유액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소득을 누락시키는 가짜서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지 않다고 여기긴 힘들다.

작년 근로·자녀장려금을 신청한 가구는 약 289만 가구로, 이 중 238만 가구가 장려금을 지급받았다. 약 50만 가구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15년에는 장려금을 부정하게 수급하려는 가구가 70만 가구였다. 부적격 가구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나, 여전히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홍보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려금으로 삶의 희망 얻었습니다"

"절박했던 상황에서 삶에 희망이 얻었습니다.", "어린 딸의 수술비가 되어주었습니다."

장려금을 수급한 대상자들이 어려움을 극복, 새 희망을 찾았다는 사례도 많다. 

출판사를 경영하던 조 씨의 남편은 사업실패를 맛봤다.

이후 식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조 씨는 홀로 11살 짜리 딸을 키울 생각에 막막했다. 남편의 간병과 생활고에 정신없던 5월에 장려금을 신청하고 잊고 있었는데, 장려금 182만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조 씨는 "절박했던 상황이기에 삶의 희망이라는 이름의 장려금이라고 생각했고, 어린 딸과 함께 다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살 어린 나이에 한 아이의 아빠 된 정 씨.

그는 공장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두개골조기유합증'이라는 선천성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수술비 때문에 막막했다. 1회에 4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4번이나 받아야 되어서다. 정씨는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받고 무작정 신청했었다. 이후 9월에 장려금 170만원을 받아 병원비, 밀린 공과금을 낼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장려금의 수급폭이 늘어난다. 자녀장려금 신청을 위한 재산요건은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 근로장려금 지급 분부터는 단독가구의 나이가 4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낮아진다.

작년 기준으로 근로·자녀장려금의 지출액은 1조6274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추가적인 조세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