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근로자에게 정부가 소득·세액공제로 깎아주는 세금이 연간 38조원에 달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근로자에 대한 과한 공제혜택으로 '면세근로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소득불평등 정도는 점차 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업자는 소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이 적다보니, 근로자에 대한 과한 공제혜택이 형평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박기백·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한 조세 및 재정정책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현재(2014년 귀속소득·결정세액 기준) 전체 근로자(약 1668만명)가 부담한 근로소득세는 2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급여액은 533조7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소득공제의 규모가 251조원에 달했는데, 소득공제로 깎아준 세금만 26조4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세액공제에 따른 조세지출액(11조3000억원)을 더했을 때, 근로자가 각종 공제로 받은 세금이 37조7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일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의 수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전체 납세대상에서 44.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전체의 0.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공제제도의 영향으로 근소세를 내지 않은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2년 근로소득세는 면세자의 수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33.2%였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2014년 48.1%, 2015년 46.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업자들과의 조세형평성도 문제다.

종합소득세를 내는 사업자는 소득공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실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업자의 소득금액은 144조8000억원이었는데, 소득·세액공제로 깎인 세금은 약 28조4000억원이다. 결과적으로 근로소득세에 비해 종합소득세의 세금 부담의 격차가 더 큰 셈이다.

보고서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근로소득공제, 보험료가 형평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근로소득공제를 폐지했을 때 소득 불평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근로소득공제를 없애는 경우 세수 효과는 13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0.038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인구분포와 소득분포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한 상태다. 

이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과세되고 있지 않는 소득에 대한 과세칼날을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금융소득, 부동산임대, 주식 양도차익을 들 수 있다.

보고서는 "경실련은 주택임대료를 44조원으로 추정할 정도로 임대소득이 크기 때문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건강보험료 문제로 연기된 상태다.

또한 주식양도차익과 관련해서는 "소득불평등을 축소하려면 대주주 요건을 낮추고 장기 보유한 주식도 양도세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주식양도차익의 경우에는 상장주식은 대주주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과세되며, 이 경우에도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20%로 저율 과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