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 자리를 꿈꾸며 선거판에 뛰어든 각 후보들의 조세정책 공약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워낙 갑작스럽게 대선 일정이 잡힌 영향인지 경제와 조세를 포함해 각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공약들은 어딘가 모르게 2%가 부족한 인상이 짙다.

'경제'가 가장 앞선으로 뽑혀 나왔던 지난 17, 18대 대선(이명박, 박근혜)과 달리 19대 대선에서는 경제로 대표되는 현실적 이슈보다는 적폐, 국민통합 등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이슈가 전면에 뽑힌 분위기도 역력하다.

다만 복지확충에 있어서는 각 후보들이 해법만 다를 뿐 비슷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며 복지확충의 핵심인 재원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크고 작은 조세정책 공약들이 제시된 상황이다.

'증세 없는 복지' 빈자리 파고든, '증세 있는 복지'가 채우다

'재원 마련=증세'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현실적으로 증세 없는 재원 마련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 경제를 살려 그 효과가 서민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하는 '낙수효과'를 전면에 내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필요한 중복 지출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 마련을 약속했다. 

두 정권이 사라진 현재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연 평균 조세부담률은 18.5%였고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은 18.45%였다. 앞선 김대중 정부 시절 연 평균 조세부담률은 17.2%, 노무현 정부 당시는 18.3%였다.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부르짖으며 법인세 명목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한 이명박 정부의 조세부담률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높았고 박근혜 정부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세율을 올리는 등의 직접 증세는 하지 않았지만 담뱃세를 인상하고 연말정산 제도 개편(소득공제→세액공제) 등 간접 증세를 통해 재원을 뽑아내는 수단을 동원하면서,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8대 대선 결과를 가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였다는 점이 증명됐고, 19대 대선에 나선 각 후보들은 복지확충 아젠다를 그대로 끌고 나가면서 재원 확보의 방법론으로 '증세'를 선택한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증세', 대세(大勢)로 띄우는 후보들

아무리 '증세'가 필요하다 해도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증세를 말하기가 굉장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민들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막상 증세가 현실화 과정을 밟기 시작하면 반발(조세저항)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말정산 파동'이었다.

제도 개편 명분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않은 채 불도저식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미숙함도 문제였지만,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정면 배치되면서 큰 반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 사태로 증세는 커녕, 소득세 면세자의 숫자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역효과로 이어졌고 이 문제는 차기 정부가 해소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정치권에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각 후보들이 증세 필요성을 대놓고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각 후보들이 대부분 증세성 조세정책 공약을 내걸고 표심 공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 또한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호 1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 3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기호 4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기호 5번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법인세율 인상(일부 조건부)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외치고 있다. 기호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이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필요성에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선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증세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고 있다. 

세목 신설도 '솔솔'

각 후보들이 전면에 내세운 부분은 법인세율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하한 법인세율 혜택은 중소기업들보다는 대기업들이 더 많이 가져갔으며 비과세·감면 혜택도 대기업 위주로 돌아간데다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묶고 사내유보금을 잔뜩 쌓아 놓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됐다는 법인세율 인상론자들의 논리를 채택한 모습이다.

지난 2012년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한테 제출한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2008~2012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세제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5조1000억원의 법인세 감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의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지적을 잔뜩 받으면서까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는 성격의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한 이유도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역작용 때문이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투자 위축 등의 원인이었을 뿐 세계적인 기류인 법인세율 인하를 기업들의 축재 수단으로 몰아세우면 안된다는 법인세율 인하 반대론자들의 논리보다는 '분배' 측면이 강조된 법인세율 인상론이 일반 국민들의 말초신경을 더욱 자극하면서 각 후보들이 선거판의 이슈로 몰고온 형세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 심 후보는 법인세 명목세율을 25%로 환원하는데 동의표를 찍은 상태다. 다만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문 후보의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과 고액 상속·증여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후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이후 법인세 명목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

소득세는 부자증세를 하되 면세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에 대해선 2013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한편, 복잡한 세법을 단순화 해 세금납부와 환급을 쉽게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를 표방하며 증세에 앞서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정부의 투명성을 높인 후 증세논의가 뒤따라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득세에 대해 안 후보는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소득공제로 다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유 후보는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재산세, 부동산 보유세 등 부자증세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부가세는 모든 국민의 경제활동과 직결되는 사안인만큼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유 후보는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부가세는 같은 세율이라도 고소득자보다는 서민에게 부담이 더욱 크기 때문에 마지막에 검토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심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12%, 대기업 17%인 것을 중소기업은 10%로 유지하되,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3%p씩 인상해 각각 15%, 20%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유보금 중 이자·배당·임대·양도소득 등에 대해서도 10%의 할증과세를 하겠다는 공약과 더불어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납부액의 10~20%를 부가하는 새로운 세목신설안(사회복지세)도 내놨다.

이밖에 소득세 누진세율과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상속증여세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한단 입장이었다. 각종 공제제도를 개혁해 적은 금액이라도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낸다는 뜻의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실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홍 후보는 주요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비정규직을 줄이는 대기업에 대해선 법인세율 인하 등 조세감면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에 대해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감면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