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시장에서 수입 맥주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 맥주는 맛있고 다양해 마신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다.

그런데 수입 맥주의 무서운 성장세에는 특혜성 세금부과 체계가 한몫 거들고 있다. 맥주 원료 등 이외에 재료를 넣은 수입 맥주는 기타 주류로 분류되면서 낮은 세율을 적용 받아 국산 맥주와의 과세 형평성이 어긋나고 있다.

현재 국내 맥주에는 제한된 원료만 써야한다는 규제가 있는데, 정부가 주류제조에 허용되는 원료와 첨가물의 범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고양시 일산구에 위치한 플레이그라운드를 방문해 맥주제조장을 시찰한 뒤, 한국수제맥주협회·기업인과 갖은 간담회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최 차관은 "다양하고 차별적인 풍미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강조하면서 소규모 맥주 기업인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류의 원료, 첨가물을 주종별로 제한하고 있어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새로운 주류 개발이 곤란하다는 주류업계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주세법상 맥주 원료·첨가물 이외의 재료를 사용한 수입 맥주는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 주세율 72%의 절반도 되지 않는 30%의 세율이 적용 받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당이 함유된 미국 맥주인 바닐라빈 버팔로 스웨트다.

특히 최근 5년간 맥주 수입액이 2.5배 늘어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부분도 언급했다. 실제 맥주 수입액은 2012년 7200만 달러에서 작년 1억8200만 달러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3.4%에서 10.5%로 껑충 뛰었다.

최 차관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소규모 맥주의 생산·유통 분야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주류의 품질, 식품위생 등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주류제조에 허용되는 원료와 첨가물의 규제를 풀기로 했다. 현재는 엿기름, 밀, 쌀, 보리, 감자만을 맥주 원료로 쓸 수 있으나, 앞으로는 발아된 맥류, 녹말이 포함된 재료를 쓸 수 있도록 세법개정을 추진한다. 이 조치가 현실화됐을 때 귀리·호밀맥주, 고구마·메밀·밤 등이 함유된 맥주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할인마트, 슈퍼마켓 등에서도 소규모 맥주제조자가 만든 맥주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도 풀기로 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공청회 등을 거쳐 소규모 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소규모 맥주제조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면서 "소규모 맥주 제조기업인들이 다양한 맛과 좋은 품질의 맥주를 생산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을 개척하는데 나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