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두달 누적세수 46조2000억 전년비 3조6000억 ↑
2월 세수 전년비 2000억 감소…슬그머니 켜진 '적신호'
정부도 올해 세수 전년비 3000억 감소 전망, 최종 결과는?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세금의 양보다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이른바, '세수(稅收)대박' 기조가 1년만에 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출발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올해 1~2월 기간 동안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 실적은 총량에서 전년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순조롭다. 하지만 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마냥 낙관하기 힘들다.

지난 2월 세수는 12조4000억원으로 전년 2월 대비 2000억원이 줄었다. 1월 세수실적의 영향(전년 1월 대비 3조8000억원 ↑)으로 총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정부도 올해 국세수입이 역대급에 가까운 10조원(세입예산 232조7000억원(추경 기준), 실제 세입실적 242조6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만들어진 지난해 대비 3000억원 가량 감소한 242조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세입예산(241조8000억원)에 대비하면 '마이너스 세수'가 날 가능성이 적지만 불과 1년 전 터졌던 세수대박 기조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다.

특히 '4월 전쟁위기설' 등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중심의 내수 둔화 등이 지속될 경우 자칫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수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세수대박은 없다? 곳곳에 '악재'만 우글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전망한 올해 국세수입 총액은 242조3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설정한 세입예산대비 5000억원 가량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전년(242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3000억원 가량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워낙 큰 폭의 세수대박(세입예산대비 9조2000억원)이 터지면서 생긴 일시적 학습효과를 배제한다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세수입은 지난 2013년 201조9000억원, 2014년 205조5000억원, 2015년 217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해마다 상승해 왔다.

다만 2013년과 2014년 정부가 잡은 세입예산 대비 실적이 부진했었다. 실제로 2013년의 경우 8조5000억원, 2014년에는 전년도를 뛰어넘는 10조9000억원의 '메가톤급' 세수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2015년과 2016년 세입예산 대비 초과세수가 만들어지면서 정부를 괴롭혀 왔던 세수부족의 고리는 일단 끊겼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초과세수의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전반적인 침체기조 속에 정부만 나 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혹평이 잔뜩 쏟아졌었다.

관건은 올해도 이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느냐다.

여건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난 2월 한 달 동안의 세수가 전년동기 대비 2000억원 줄었지만 1월 세수호조로 올해 첫 두 달 누적세수는 전년과 비교해 3조6000억원 상승한 4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지난 3월 12월말 결산법인 법인세 신고 결과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부분 등은 고무적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553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1조원으로, 전년보다 15.02% 늘었다. 순이익은 18.61% 증가한 8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를 감안할 때 지난 3월 법인세 신고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올해 정부가 설정한 법인세수 목표치인 54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인들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장사를 잘했다는 측면보다는 투자를 묶고 있어 투자에 따른 세금감면 효과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악성' 세수증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수증가는 아니며 이를 기대하기도 현재로서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법인세와 함께 세수에 있어서 가장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전망은 어둡다. 소득세의 경우 오는 5월 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가 예정되어 있지만, 지난해 GDP성장률(2.8%)과 월평균 소비지출증가율(-0.5%) 등을 감안할 때 세수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세입예산안을 짜면서 소득세수 증가율을 2016년 추경안 대비 2조원 수준(증감율 3.1%)으로 잡아놓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인한 부동산 시장 둔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 초과세수에 한 몫 단단히 했던 양도소득세수도 상당폭 감소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아울러 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감소와 5월 조기 대선, 최근 불거진 '4월 전쟁위기설' 등 대내외 악재들로 인해 부가가치세수 또한 위기상황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부가가치세수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큰 폭의 세수감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해 부가가치세수를 크게 늘린(세입예산 대비 7조7000억원 증가)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의 지속에 따른 환급액(수출부가가치세) 감소였다.

법인세수 증가와 마찬가지로 세수가 늘었다고 넋놓고 웃을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올해 세수전망을 어둡게 하는 악재는 또 있다.

담배다.

담배 가격 조정으로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10조5000억원, 12조원 규모의 막대한 세수입을 올렸지만 올해 상황은 심상치가 않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담배반출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담배값 인상에 따른 세수증가 효과의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세수호황 원인으로 꼽은 국세청의 사전성실신고 안내 강화 등 세무행정 고도화 효과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러한 행정적 노력이 세수호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한 분석이 어렵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세원양성화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