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사진=조세일보 사진DB)

"아무리 뛰어난 회계감사도 기획된 분식행위 적발 어려워"

감사지정제 확대가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바른 처방도 효과적인 처방도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회계투명성 제고 종합대책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아무리 뛰어난 회계감사도 기획된 분식행위를 적발하기에는 벅차다"며 "감사인이 호소하는 갑을관계의 어려움은 지정제가 아닌 다른 제도적 정비로 대처하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분식회계 사실을 알리는 내부고발자에게 획기적 포상금을 주고 분식가담 임직원에 대해선 엄중한 형사처벌과 취업제한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이에 더해 강력한 감리기능을 도입한다면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근본적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지정제는 감사효율성 감소, 감사인간 다툼, 독점적 지위에 따른 높은 보수 등의 상당한 단점을 갖고 있다"며 "자유수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우용 상장협 전무는 선택지정제에 대해 "전면지정제보다 나은 제도"라며 "다만 단지 덩치가 커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대형상장회사와 금융회사를 지정대상으로 한 것이 합리적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정우용 전무에 따르면 선택지정제가 시행되면 우선 대형상장회사와 금융회사의 경우 독립성과 적정 감사능력을 모두 충족하는 지정감사인 후보군 제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기업들은 동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서비스와 비감사서비를 동시에 받을 수 없다.

대형회계법인을 지정감사인 후보로 증선위에 제시하기 위해 비감사용역 업체 선정시, 용역수행능력 평가수준이 최우수가 아닌 법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선정된 최적업체가 용역을 수행하지 못하는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최적업체로부터 비감사용역을 수행받기 위해 감사능력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는 회계법인을 지정감사인 후보로 제시하게 되고 그 결과 감사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선택지정제가 시행되면 연결실체의 감사인을 모두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상장회사의 경우 감사효율성 및 회계감사기준 대응을 위해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감사인을 일치시켜 나가는 실정이다.

셋째, 선택지정 대상회사는 지정감사인이 제시하는 보수를 무조건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선택지정으로 기업이 감사인후보를 추천할 때 후보자와 감사보수를 협의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정 전무는 "기업들이 지정제를 기피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더 이상 갑질을 못해서가 아니며, 감사보수를 더 내기 아까워서도 아니다"며 "지정제가 가져올 업무 비효율성과 그로 인한 회사의 회계리스크 증대가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식기업을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며 "다소 시간이 걸려도 근본적 처방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회계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