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한만수 변호사,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 전형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이창헌 변호사,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창식 세무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올바른 세무조사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는 7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릴리홀에서 '세무행정의 불공정(세무조사의 개혁방안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전형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창헌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이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 한만수 변호사, 이창식 세무사가 참여했다.

"청탁 받아 세무조사 실시한 세무공무원, 처벌 규정 없어"

◆…이창헌 변호사.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창헌 변호사는 위법한 세무조사 사례를 소개하며 권한을 남용한 세무공무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국세기본법에선 '누구든지 세무공무원으로 하여금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청탁에 의한 세무조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이 청탁에 의한 위법한 세무조사는 금지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청탁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고의에 의해 위법한 세무조사 권한을 남용한 세무공무원에 대한 처벌법규가 없는 바, 관련 규정을 조세범처벌법 등에 신설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은 세무대리인이 거짓으로 신고했을 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납세의무자에 대한 처벌 규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두고 있지만 위법한 세무조사에 관여한 세무공무원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납세자보호위원회의 독립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제언했다.

그는 "세무조사 등과 관련해 납세자보호위원회, 납세자보호관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방국세청 등 소속이 아닌 별도의 독립기구로 격상하는 등 독립적이고 강화된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부과처분의 취소 등으로 인해 이미 납부한 국세를 환급하는 경우 현재 연 1.8%의 이자 상당의 가산금을 지급하는데 만약 위법한 세무조사에 의한 경우라면 그 가산금의 5배를 지급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형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형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은 세무조사를 독립적인 위치에서 관리할 수 있는 '세무조사 관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세무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법령화 했지만 선언적 규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행령 등에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그것에 의해 조사를 실시하고 평가를 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전 고문은 또 바람직한 세무조사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둔 세무조사, 정기조사 위주의 세무조사 운영, 불필요한 압수수색 지양, 세무조사에 관한 정보 공개,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억제 등을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개인의 재산취득과 자금 출처와 관련한 조사기준의 완화를 주장하며 "소득 규모와 근거가 어느 정도 입증되면 직업조사에서 제외해야 하고 서면조사 위주로 하되, 탈루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직접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오래 전 거래내용에 대해 완벽한 증빙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불편과 원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무공무원의 지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

이어진 토론에서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개선 방안이 쏟아졌다.

한만수 변호사는 세무공무원의 민사법 지식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세는 민사 법률관계를 기초로 부과하는 것인데 과세요건의 해석이 난해한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세무공무원의 재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도 높은데 세무공무원이 민사법 지식이 없어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법인지 무엇이 납세의무를 결정하는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무공무원의 지식 부족에 따른 문제가 제일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무공무원의 법률적 지식에 관한 자질을 향상시켜야 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국고의 이익이라는 생각보단 의심스러울 때는 납세자의 이익이라는 원칙이 확립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과 납세자 간의 bargaining(흥정) 행위와 관련한 처벌 제도를 도입하고 납세자에 의한 세무공무원 평가제도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식 세무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세무조사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선 세무조사에 대한 예측가능성 문제를 꼬집으며 "일반적으로 납세자가 생각하는 세무조사 대상기간은 5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나 실제로 3년 내에 다시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도 존재하고 10년 이상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납세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무조사 실시 전 이미 조사 담당자들은 사전 자료를 분석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위한 추징세액을 준비하는 경향이 존재 한다"며 "실적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조사 범위 외의 추가적인 조사나 금융거래에 대한 분석 등 조사범위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세무사는 납세자가 세무조사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세무조사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세무조사 실시 2주전 통보만 하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나, 2주는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준비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이 세무사는 최소 한달 이전에 세무조사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2의 세무조사로 악용될 수지가 있는 무분별한 사후검증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며 세무조사 역시 납세자를 위한 공공서비스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이 바라본 현행 '세무조사'의 문제점은?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원회의 재량권을 없애는 것이 세무조사 정상화의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조세범칙조사의 실시, 조세범칙처분의 결정 등 국민의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하고 있는 기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방국세청장이 자동으로 위원장이 되고 청 내부에서 6명 이내, 민간 외부위원 13명으로 위촉되어 운영된다. 문제는 19명의 위원을 위원장이 지정하고 자격요건도 딱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  

이 의원은 "위원 자격 요건이 있으나 마나다. 법률, 회계, 세무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아무나 넣어도 된다는 이야기"라며 "더 기가막한 것은 위원회 명단이 절대 비공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은 개인 신상 정보보호 때문이라는데, 공개가 두려우면 왜 공적인 일을 하고 칼을 휘두르는지 모르겠다"며 "과도하게 세금을 추징하는 것도 문제지만 재벌기업의 세무조사 결과를 덮어주는 위원회의 행정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현장에 맞는 세무조사'를 강조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표는 맞지만 어떻게 실천할 것인 지는 현장에 맞게 합리적으로 접근해 납세자들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세무행정이니까 세수확보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세무행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면도 크다"며 "실질적으로 보면 일반 납세자들은 그 분야나 업계에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를 지하경제라고 규정하고 쥐어짜다 보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 지향적인 세무조사는 다 죽으라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예측가능하게 분야별로 애매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가격이나 비용형성 과정을 분야의 전문가가 봐서 함께 고민하고 설득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렇게 5년에서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적응 기간을 줘야 납세자도 승복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데 표본으로 본보기로 몇 개만 조사하고 나머지는 놔두고 하는 방식은 안 된다. 합리적인 조정방식을 찾아내고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