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지긋지긋한 정치외풍…'누더기'로 전락하는 稅制	2017.02.24
정부가 정치논리에 밀려 조세지출을 남발, '누더기 세제'를 자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요구에 근로장려금(EITC)와 자녀장려금(CTC)의 운영 성과를 반영하지 않고 수혜 폭만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언했던 '제도의 효과성을 따져 조세지출을 정비하겠다'는 방침과도 거리가 멀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소득이 낮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국가가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를 말한다. 장려금을 수급한 대상자들이 어려움을 극복, 새 일자리를 찾았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소득지원 효과는 분명 있다. 당장 조세지출을 줄였을 때 수혜 계층의 강한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마냥 돈을 지출해서는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려 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한 해 동안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실한 조세지출 관리를 지속했을 땐 재정적자 폭 증가의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있으나 마나한 조세지출평가제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근로장려금(연 최대 230만원) 수급대상 단독가구 나이 요건을 '30세 이상(현 40세 이상)'으로 낮추고, 자녀장려금(부양자녀 1인당 연 최대 50만원)은 가구원의 재산 합계가 2억원(현 1억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는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특례(연 조세지출액 300억원 이상)제도의 운영성과 등을 분석, 그 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고 있다. 근로·자녀장려금 제도와 같이 일몰이 없거나 장기간 운영되고 있는 조세특례의 경우엔 '임의 심층평가' 대상으로 분류시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기재부는 근로·자녀장려금 제도의 효과분석을 목적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지난해 말부터 오는 5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기재부가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면 공청회를 통해 1차 방안을 공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가구의 근로 유인, 소득재분배 효과, 신청자격 적정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표됐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이 제도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도 없어, 제도 손질 없이 추가 지원 형식의 '땜빵식' 지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간 근로·자녀장려금의 지원 규모는 꾸준히 커져왔다. 작년에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 당 최대 금액을 230만원(종전 210만원)으로, 근로·자녀장려금의 신청자격 중 '일시적 2주택을 포함한 1세대1주택'이라는 주택요건을 조문에서 삭제시켰다. 근로·장려금 지출액도 2014년 7745억원에서 2015년 1조7144억원, 지난해(잠정치) 1조6189억원을 기록하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올해는 근로·자녀장려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대상의 폭을 넓히는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조세지출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리하게 제도를 손질한데는 정치권의 영향도 없지 않다.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청년 단독가구도 포함시키거나, 근로장려금의 지급 최저금액을 5만원으로 올리는 등의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근로·자녀장려세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오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장려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검토하지 않은 채 제도 손질을 강행한 부분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이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은 대상은 약 123만 가구로, 이 중 30%(약 3000억원)는 중·고소득층에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을 더 늘려주는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충분한 조율과 협의 없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정지출 규모가 큰 조세지원제도는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지출은 재정건전성을 기반을 두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안은) 너무 성급하고 조급해 보인다"면서 "조세지출평가를 무시한 채 진행해서는 안 되며, 이 같은 조세지출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긋지긋한 정치외풍…'누더기'로 전락하는 稅制

2017.02.24

정부가 정치논리에 밀려 조세지출을 남발, '누더기 세제'를 자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요구에 근로장려금(EITC)와 자녀장려금(CTC)의 운영 성과를 반영하지 않고 수혜 폭만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언했던 '제도의 효과성을 따져 조세지출을 정비하겠다'는 방침과도 거리가 멀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소득이 낮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국가가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를 말한다. 장려금을 수급한 대상자들이 어려움을 극복, 새 일자리를 찾았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소득지원 효과는 분명 있다.

당장 조세지출을 줄였을 때 수혜 계층의 강한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마냥 돈을 지출해서는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려 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한 해 동안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실한 조세지출 관리를 지속했을 땐 재정적자 폭 증가의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있으나 마나한 조세지출평가제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근로장려금(연 최대 230만원) 수급대상 단독가구 나이 요건을 '30세 이상(현 40세 이상)'으로 낮추고, 자녀장려금(부양자녀 1인당 연 최대 50만원)은 가구원의 재산 합계가 2억원(현 1억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는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특례(연 조세지출액 300억원 이상)제도의 운영성과 등을 분석, 그 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고 있다.

근로·자녀장려금 제도와 같이 일몰이 없거나 장기간 운영되고 있는 조세특례의 경우엔 '임의 심층평가' 대상으로 분류시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기재부는 근로·자녀장려금 제도의 효과분석을 목적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지난해 말부터 오는 5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기재부가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면 공청회를 통해 1차 방안을 공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가구의 근로 유인, 소득재분배 효과, 신청자격 적정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표됐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이 제도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도 없어, 제도 손질 없이 추가 지원 형식의 '땜빵식' 지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간 근로·자녀장려금의 지원 규모는 꾸준히 커져왔다.

작년에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 당 최대 금액을 230만원(종전 210만원)으로, 근로·자녀장려금의 신청자격 중 '일시적 2주택을 포함한 1세대1주택'이라는 주택요건을 조문에서 삭제시켰다. 근로·장려금 지출액도 2014년 7745억원에서 2015년 1조7144억원, 지난해(잠정치) 1조6189억원을 기록하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올해는 근로·자녀장려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대상의 폭을 넓히는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조세지출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리하게 제도를 손질한데는 정치권의 영향도 없지 않다.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청년 단독가구도 포함시키거나, 근로장려금의 지급 최저금액을 5만원으로 올리는 등의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근로·자녀장려세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오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장려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검토하지 않은 채 제도 손질을 강행한 부분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이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은 대상은 약 123만 가구로, 이 중 30%(약 3000억원)는 중·고소득층에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을 더 늘려주는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충분한 조율과 협의 없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정지출 규모가 큰 조세지원제도는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지출은 재정건전성을 기반을 두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안은) 너무 성급하고 조급해 보인다"면서 "조세지출평가를 무시한 채 진행해서는 안 되며, 이 같은 조세지출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