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권 진일회계법인 대표는 선택지정제가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선택지정 풀에 들어가기 위해 회계법인 간 혈투 벌일 것"
"선택지정제는 껍데기만 바꾼 자유수임제"

남기권 진일회계법인 대표는 "기업과 감사인 사이의 갑을관계를 형성하는 자유수임제의 맹점을 바로 잡겠다고 새로 도입한 선택지정제는 이름만 바뀐 자유수임제에 불과하다"며 "자유수임제의 폐해를 제대로 막아내려면 전면지정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기권 대표는 "선택지정제는 상장회사가 원하는 회계법인 3개를 금융당국에 제시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그중 하나를 골라주는 것을 기본 틀로 설정했다"며 "기업이 선호하는 3개의 풀(Pool)에 들어가기 위해 회계법인 간 보수 덤핑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임체제인 지금도 실무상 기업에 감사수임 제안서를 보낼 수 있는 회계법인의 숫자는 많아야 4-5개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기업관계자 앞에서 PT를 진행할 기회를 얻는 회계법인은 2-3개 정도다.

남 대표는 "모든 회사에 대해 전면지정제를 실시하자는 게 아니다"며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취약한 기업 등 금감원에서 선택지정제로 선정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유경영미분리, 수주산업 등 회계투명성이 요구되는 회사에 한해 전면지정을 실시하고 나머지 회사는 기존대로 자유수임제를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기권 대표는 '전면지정제는 대다수 선량한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고 분식회계는 일부기업의 문제일 뿐'이라는 기업 측 주장에 대해 "선량한 회사가 정말 대다수이고 또한 자유수임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회계투명 수준이 아프리카의 소국보다 못나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15년 발표한 회계투명성 분야에서 대상국 61개국 중 61위로 최하위를 나타냈다.

남 대표는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감사계약의 핵심은 바로 '감사인의 독립'이 보장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며 "감사인의 독립이 이뤄져야 비로소 공정하고도 엄정한 감사가 실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선택지정제는 감사인의 독립을 여전히 보장해주지 못한다"며 "선택지정제는 자유선임제의 암 덩어리를 도려낼 정도의 칼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회계투명성 확보의 일환으로 '선택지정제'를 신규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대형 회사, 대형 회계법인이 회계부정에 연루되면서 선임제도의 근본적 개편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됐다"며 "외부감사 독립성을 제고하면서도 선의의 기업피해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감사인지정 적용범위 확대' 중심의 선임제도 개편을 일구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