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근저에는 '회계투명성 결여' 깔려있어"
"회계는 기업의 언어, 기업경영부터 투명해져야 회계도 투명"

제2의 최순실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상위기업에 한해서라도 '조건없는 감사인지정제'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감사인지정제는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직접 골라 기업에 배정하는 제도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위한 회계투명성 제고 토론회'에서 "최순실 같은 인물의 재출현을 막고 회계투명성을 높이려면 재벌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대한 '조건없는 외부감사 지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의 원흉은 사유화된 권력과 기업 사익확장의 욕구가 뒤엉킨 것"이라며 "이를 끊기 위해선 조건이 달리지 않은 강력한 감사인지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인지정제 시행의 반대급부로 외부감사인이 보다 엄중한 책임감사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조건 지정제 시행으로 외부감사인의 권한이 올라가는만큼 (부실 감사가 이뤄질 경우) 감사인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조건없는 지정제 시행에 자칫 따를 수 있는 '외부감사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해선 기업은 물론 회계담당자도 매우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며 "회계는 기업의 언어이고 따라서 기업경영부터 투명해져야 회계도 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처벌수위는 담당 임원에 대해 불이익 부여 방안은 없고 해임권고 조치를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외부감사인 선임 주체가 재벌총수 일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내부감사기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지정제는 지금의 가격경쟁시장을 품질경쟁시장으로 완벽히 전환시키기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부감사·감사위원·외부감사가 공동으로 주주의 부와 이익에 대한 강력한 집사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성과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잘못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과 책임을 부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고 풀이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 브리핑을 열어 "지정사유를 종전보다 늘려 현행 감사인지정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상장회사가 자사의 감사인이 되길 희망하는 회계법인 3개를 제시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그중 하나를 골라주는 '선택지정제'도 신규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같은 선택지정제를 외감법 개정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되 '6년 자유선임 + 3년 지정'의 혼합감사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총 두개 세션으로 나뉘어 이어졌다.

첫번째 세션은 '경제민주화, 회계투명성 없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는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가 맡았다.

두번째 세션은 패널토론으로 이뤄졌다. 토론자로는 김유경 삼정KPMG 상무,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심충진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윤경호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심충진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손성규 한국회계학회장, 김갑순 동국대 교수, 박경서 고려대 교수, 윤경호 매경 논설위원, 김유경 삼정KPMG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