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연간 5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고 외국에서 낸 세금의 이중과세를 피하려고 4조원에 육박하는 세액을 국내에서 공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납부한 법인세액은 4조6928억원이었다. 2011년에는 1조6424억원이었는데, 불과 5년 만에 2.9배나 늘었다.

외국납부세액 증가로 국내에서 법인세를 신고하며 적용받은 외국 납부세액 공제액 규모도 같은 기간 1조5960억원에서 3조9467억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대기업들이 주로 이익을 봤다. 실제 대기업 가운데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재벌 대기업들의 외국납부세액(2015년)은 2조555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들 기업이 공제받은 세금만 2조170억원이었다. 외국납부세액의 78%, 외국납부세액 공제액의 80%가 재벌 대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의 외국납부세액은 353억원, 외국납부세액 공제액은 212억원 감소했다.

기업들이 내는 세금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세금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전체 법인세 대비 외국납부세액의 비중은 2015년 10.6%로, 2011년(4.6%)보다 6.5%p 확대됐다. 외국납부세액 공제액이 법인세 전체 공제감면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1%에서 41.0%로 늘었다. 단일 공제감면 항목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최근 5년(2011~2015년)간 국내 기업이 중국에 납부한 세금이 6조51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1조7403억원), 베트남(9515억원), 인도(8651억원), 인도네시아(7322억원) 순이었다.

이들 국가 중 한국보다 법인세 최고세율(22%)이 낮은 국가는 베트남(20%)뿐이어서, 법인세 인상이 우리 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추긴다는 법인세 인상의 반대논리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복지 등 재정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해외납부세액의 증가로 국내 세수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며 "외국납부세액공제도 최저한세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