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국세청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국세청 간부들. 국세청은 이날 "법규에 명시된 5년 주기 순환 세무조사 대상은 매출 2000억원 이상이었는데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출 100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며 "전체 세무조사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외형(연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년마다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5년 주기로 세무조사를 받는 '순환세무조사' 대상은 종전까지 매출 2000억원 이상 기업이었지만, 국세청이 매출 1000억원으로 순환조사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여력'이 된다면 순환조사 대상 법인을 계속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세무조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순환조사 대상이 아닌 기업들은 4년~8년 사이에 정기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언제 세무조사를 받는지 예측이 불가능, 이런 저런 부담이 존재해 왔다는 설명이다.

◆…2015년 기준 매출별 기업수(자료 : 통계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58만5118개 기업 중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총 3287개.

크고 작은 변동은 있겠지만 앞으로 대략 3300여개 기업이 5년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순환조사 개념은 지난 2009년 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매출 3000억원 이상, 매출 2000억원 이상 등 해가 갈수록 대상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은 순환조사 대상이 확대된다고 해서 전체 세무조사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제여건에 따라 조사건수를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은 2012년 1만8002건, 2013년 1만8079건, 2014년 1만7033건, 2015년 1만7003건으로 점차 세무조사를 줄여가고 있으며 지난해도 1만7000건 수준의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역시 국세청은 1만7000건 미만의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매출 상관없이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

순환조사 대상 기업 확대 방침에 대해 조세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다. 

국세청의 밝힌 예측가능성 제고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조세사각지대'로 방치될 수 있었던 중소·중견기업들의 '탈세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조세전문가는 "그동안 중소·중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대기업 같은 경우는 내부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어 탈세가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인데 가족회사 등 중소업체는 경우에 따라 의도적으로 탈세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국세청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출 2000억원 미만이든 1000억원 미만이든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행정력이 담보된다면 집행할 것은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 역시 국세행정의 유효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했다.

그는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면 사회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 큰 기업들인데 이들이 세금을 잘 내줘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관리대상이 확대되면 기술적인 측면이나 인력상 문제 때문에 오히려 관리가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지금의 국세청은 전산 기술이 발달해 실무적인 어려움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불규칙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 기업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었는데 해당 기업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세무조사를 받을 수만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또 "조세채권 소멸시효 법정 기한이 5년인데, 이 기간을 넘어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조세채권을 일실할 수 있었다. 5년 마다 조사를 받으면 이 같은 위험성도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계 "부담이 없어진다고? 세무조사는 그래도 세무조사"

이 같은 국세청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의 크기가 예측가능성 제고에 따른 부담 완화 보다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세무조사는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뜻. 

투명한 기업 운영이나 조세행정의 선진화 차원에서는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국세청의 취지대로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세무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데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경영활동이 올스톱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은 기업의 성장성이나 최근의 경영환경 악화 등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은 이해되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선 세무조사가 연기되거나 면제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마다 꼬박꼬박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듯 한 인식이 들어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 관계자들은 '세수 쥐어 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며 세무조사 선정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판국에 세무조사가 세수확보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수확보가 아닌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정말 목적이라면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세무조사 사실을 사전 고지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측면에서 순환조사 확대의 목적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출 1000억원 초반 기업부터 조사를 하는지, 1000억원 후반 기업부터 조사를 하는지, 업체 순으로 하는지 등 무엇이 됐든 선정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예측가능성은 의미가 없고 국세청의 힘만 더 세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