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위해 '세금환급'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세금환급은 금리, 재정정책에 비해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시차가 짧고 시행 과정에서의 제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세금환급이 소비로 이어질 경우 특정 산업이 아닌 전반적인 수요 증대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경기대응 방안으로서의 세금환급정책'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 금리인하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기 위축 우려가 있을 경우 고려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 대응방안은 중앙은행의 금리 하향조정"이라며 "통상적인 논리에 따르면 금리가 하락할 경우 가계는 저축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재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기업은 자금조달비용의 하락에 따라 투자를 증가시킬 유인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금리정책의 파급 경로가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대내외적 불확실성, 급속한 고령화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보장프로그램 등 요인 때문에 가계가 소비보다는 예비적 목적으로 저축을 늘릴 유인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11년 81% 가량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5년에는 72%에 불과하다"며 "금리 하락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비용이 하락하더라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설비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투자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기 위축에 대비한 경기대응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은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며 "가장 대표적인 재정정책이 공항,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건설은 다양한 자원과 기자재를 필요로 해 연관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건설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교통,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이 논리는 사회간접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 타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과 지역내총생산 간에 통계적 인과관계가 없음을 보였다"며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감소시킨다는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은 이같은 사회간접자본투자 효과의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같이 효과성이 떨어지는 금리, 재정정책의 대안으로 '세금환급 정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세금환급은 금리, 재정정책에 비해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시차가 짧고, 시행 과정에서의 제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세금환급이 소비로 이어질 경우 특정 산업이 아닌 전반적인 수요 증대를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2001년과 2008년 세금환급 사례에서는 세금환급의 50~90%가 실질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졌고, 특히 저소득층 및 고령층의 소비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세금환급을 통한 정책대응은 가계가 세금환급액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더라도 가계부채를 경감시킨다는 측면에서 유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경기 위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금환급을 정책 플랜 중의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소비성향이 크고 가계부채 문제에 취약한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주된 혜택이 귀속되는 방향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환급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세금환급이 일회적 정책이고 특히 최근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세수 규모가 예상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금환급정책의 시행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