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궤(功虧一簣)'

올해 임환수 국세청장 신년사에 등장한 사자성어(四字成語)다.

'흙 한 삼태기가 부족해서 공이 허사가 된다'는 의미로 임 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 해야 이룰 수 있다"며 이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취임 초부터 가졌던 열정과 마음가짐으로 직원들과 함께 뛰겠다고도 말했다. 

지난 2014년 8월, 제21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임환수 청장.

그가 국세청장에 취임한지도 어느덧 2년4개월여가 훌쩍 지났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 청장이 '마지막 흙 한 삼태기'를 강조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각 기관이나 기업, 정치권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그럴듯한 사자성어를 신년사에 집어넣어 자신이 조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피력하곤 한다.

평소 직원들에게 논어책을 선물할 만큼 고사(故事)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임 청장의 '사자성어 사랑'은 오래전부터 국세청 안팎에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

임 청장이 그동안 대내외에 나서 한 연설문마다 꺼내든 사자성어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현재 국세청의 상황과 앞으로의 국세행정 방향을 어렴풋이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임 청장이 제시한 사자성어는 매번 화제성이 높다.

지난해 임 국세청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사자성어는 '중후표산(衆煦漂山)'이었다.

반고(班固)의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 말은 '많은 사람이 내쉬는 숨결은 산도 움직인다'는 뜻.

여러 사람의 힘이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로, 지난해 개청 50주년을 맞은 국세청에 일치된 직원의 마음을 요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임 청장은 소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로 묵묵히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한 사자성어는 '산중수복(山重水複)'이다.

산과 물이 겹쳐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가 의심난다는 뜻.

평소 희망을 주로 담는 신년사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한 당시 상황에 대한 임 청장의 근심이 잘 나타난 사자성어라는 분석이다. 

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서 처음 꺼낸 사자성어는 '균공애민(均貢愛民)'이다.

이는 조선왕조 21대 왕 영조가 나라 곳간을 담당하던 호조에 내려 준 현판에 나오는 글로 '세금을 고르게 해서 국민을 사랑하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사실 임 청장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자성어 중 하나다. 

2014년 8월18일 당시 국세청장 내정자 신분이었던 임 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신뢰가 없는 세정은 아무리 정당한 일을 해도 설 자리가 없다"며 "'균공애민(均貢愛民)'의 정신이 지금의 세정에도 여전히 긴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세종시 국세청사 앞에 놓여진 '균공애민'.

며칠 뒤(22일) 열린 취임식에서도 어김없이 사자성어는 등장했다.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부서진다는 의미의 '약팽소선(若烹小鮮)'.

임 국세청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세정간섭을 없애고 성실신고 지원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세정지원을 통한 세수확보를 우선시하고 무리한 세무조사 등으로 세수기반을 뒤흔드는 일은 지양하겠다는 임 청장의 평소 세정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 전임 청장 시절 곳곳에서 '국세청 등살에 못 살겠다'는 불평들이 터져 나오던 상황과 묘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사자성어.

실제 임 청장은 취임 이후 세정 지원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고 그에 대한 결실인지, 세수도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넉넉해졌다.

한편 임 국세청장은 2015년 취임 1주년을 맞아 '여우 겨드랑이 밑에 난 흰털을 모아 가죽옷을 만든다'는 뜻의 '집액성구(集腋成裘)'를 언급하기도 했다.

힘을 모아 한 가지 일을 성취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임 청장은 각 지역 세무서장, 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관서장들이 총출동하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는 조용한 세정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진광불휘'(眞光不輝 : 참된 불빛은 번쩍이지 않는다)를 주문하기도 했으며,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일은 반드시 성취된다 뜻의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