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이상 농사를 지은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가 없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농촌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줌으로써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8년 자경(自耕) 농지'라고 우기는 납세자들이 많다는 것이죠. 교수, 공무원, 일반 회사원 등 뚜렷한 직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른바 '무늬만 농사꾼' 행세를 하다 국세청의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농지로부터 직선거리 30km 이내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둥 국세청이 이를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여과장치'도 있습니다.

그런데 농지 인근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거주하면서 농사를 지었다면 어떨까. 수도, 전기, 가스사용내역 등이 있다면 실제 생활을 했다고 간접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임시거처나 휴식공간으로만 사용했다면 거주지로 보기 어려워 세금 감면 요건에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A씨의 사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A씨는 최근 한국농어촌공사에 양도한 농지가 8년 이상 자경 감면대상 농지에 해당한 것으로 판단, 양도세 감면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과세당국의 조사결과 A씨가 8년 이상 자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감면신청은 거부당했는데요.

A씨는 조세심판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해당 농지로부터 '약 41km' 이상 떨어진 먼 거리였습니다. 이 때문에 농지와 연접한 지역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실제 거주하며 농지를 경작했다는 것입니다.

A씨는 자신이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자가 발전기, 매트리스 사진, 컨테이너 매수인 확인서, 인근농지의 물꼬관리 사실 확인서 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열악한 컨테이너에서 홀로 지내다보니 식사를 부실할 수밖에 없었고, 무리한 농사일까지 더해져 인공디스크 수술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실거주에 필수적인 주방용기나 화장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도료 및 전기료 납부내역, 가스사용내역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A씨가 실제 거주하지 않고 해당 농지의 관리를 위한 임시거처나 휴식공간으로 보인다는 것이 국세청의 주장.

국세청은 농사철에는 A씨의 자녀가 보유한 5톤 트럭에 농기계를 실어다 주면 A씨가 해당 농지를 경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A씨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과세당국과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청구인(A씨)이 거주했다고 하는 컨테이너에 주방용기,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수도, 전기, 가스사용내역 등도 확인 되지 않는다”며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달리 해당 컨테이너에서 8년 이상 거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6전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