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현대자동차 그룹 오너 일가 사이에 오고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 당사자(원고)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사촌인 정몽용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 회장이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최근 정몽용 회장이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혈연보다 개인과 기업의 창의를 존중하고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도하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헌법의 취지에 부합해 정당하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정몽용 회장이 발행 주식을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는 지난 1987년 5월 설립됐다.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는 2012사업연도 매출액 약 8771억원 중 정몽용 회장과 사촌 관계인 정몽구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인 고 정희영씨의 아들 김윤서씨가 회장으로 있는 서한그룹 등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아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4135억원(매출), 영업이익 440억원을 올렸다.  

국세청은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가 정몽용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친족들의 회사를 상대로 총 매출액 대비 30%를 초과하는 매출을 올렸다는 이유로 상속증여세법 규정을 적용해 정몽용 회장에게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약 40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정몽용 회장은 이에 불복하면서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서로 독립적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 기업에 속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특히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의 경우 품질 및 가격경쟁력에 기초해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기업 등과 거래하고 있고, 이들 기업과의 거래로 인한 영업이익률은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의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낮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단순히 지배주주 사이에 친족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은 가공의 이익에 대해 과세한 것일 뿐만 아니라 별도의 예외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2심 법원은 다음의 근거를 들어 정몽용 회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상증세법 시행령 조항은 문언상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가 공정거래법에 따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여 있을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구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나, 같은 조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은 모두 구 상증세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구 상증세법의 문언이나 체계에 비춰 시행령에서 규정될 범위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1심은 이어 "구 상증세법이나 시행령 규정에서 가족이나 친족관계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상의 거래를 제한해 혈연관계가 없는 기업가들에게도 사업 기회가 돌아가도록 한 것은 헌법상 경제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위해 일정 범위의 친인척 관계가 있는 기업 사이의 거래를 일률적으로 규율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거래 현실이나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에 비춰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은 또 "구 상증세법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일정 범위의 거래가 줄어들도록 사실상 유도할 뿐 직접적으로 거래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고법 재판부는 이러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며 "정 회장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 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6누51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