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기본법-

내년부터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본 기업(납세자)이 별도의 담보 제공 없이도 세금납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사업 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 현실적으로 담보 제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세청이 재조사를 거쳐 내린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납세자가 불복(심사·심판청구)할 수 있으며, 조세심판원이 인용(납세자 승소) 결정한 조세불복 사건에 대해선 국세청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국세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사업상 위기 때 납세담보 면제…심판청구 국선대리인 도입

현행 사업상 심각한 손해나 중대한 위기에 빠진 영세사업장이 정해진 날짜까지 세금을 낼 수 없을 땐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때 부동산 등 담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내년부턴 납세자가 사업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 한해 세무서장이 연장된 납부기한까지 해당 국세를 납부 가능하다고 인정하면 납세담보가 면제된다.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영세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국선세무사(국선심판청구대리인)'를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현재 국세청은 납세자가 과세당국의 처분에 불복했을 때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등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세심판원도 국선심판청구대리인 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는 2018년 1월1일 이후 신청 분부터는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뿐만 아니라 심판청구에도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성실납세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명단공개 범위가 넓어진다. 종전까지는 체납·포탈세액 3억원 이상의 경우 인적사항을 공개했으나, 앞으로는 2억원 이상인자로 확대된다.

'세금전쟁', 납세자·국세청 무기 하나씩 얻었다

현재 국세청 등 과세관청이 납세자가 불복한 사건에 대해 조세심판 결정에 따라 재조사를 한 뒤 내린 처분에 대해선 행정소송만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재차 심사 및 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이 인용 결정한 사건에 대해 국세청 등 처분청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그간 조세심판원에서 청구인(납세자)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처분청에서는 불복할 수가 없었다. 

현행 국세기본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조세심판원장의 조세심판관합동회의 부의 사유가 확대되고 국세기본법으로 명문화된다. 이에 조세심판원 심판관회의에서 내린 인용결정에 대해 국세청장이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으로 재의를 요청할 때나, 세법 해석에 관한 종전 결정이 없는 경우도 합동회의 부의 사유에 포함된다.

심사·심판청구의 재조사 제도도 개선된다. 재조사 결정에 따른 처분청의 조사 범위와 기간이 구체화돼 결정일부터 60일 이내에 결정서 주문에 기재된 범위에 한해 조사·처분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심사·심판청구를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후속처분 결과 통지일로부터 90일 이내로, 심사·심판청구를 거쳐 제기하는 경우에는 심사·심판청구 결정 통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가능하다.

이 밖에 이의신청 결정기간은 현행 30일로 유지하되, 이의 신청인이 해당 기간에 항변하는 경우 6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