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조세심판원이 인용(납세자 승소) 결정한 조세불복건에 대해 국세청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위가 제한적이고, 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조세심판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세청 입장에서 큰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심판 결정(인용건)에 대해 국세청 등 처분청이 재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과 관련해 관계기관 합의로 절충된 대안(정부안)을 조세소위와 전체회의에서 각각 의결,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동안 조세소위에서는 국세청 등 과세관청이 조세심판 결정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 개정안은 조세심판관회의에서 인용 결정된 사안에 대해 과세관청이 일정기간 내(심판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 재의를 요구하면 조세심판원은 30일 내에 '조세심판관합동회의'를 열어 사건을 재심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

현재는 조세심판원에서 청구인(납세자)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처분청에서는 불복할 수가 없다. 걷었던 세금을 이자까지 붙여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에 부실한 결정의 소지가 있는 조세불복건에 대해 과세관청이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측면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국세청으로부터 무차별 재의 요구가 쏟아질 경우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한 독립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어 왔다.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감안되어 기획재정부가 조세심판원, 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협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게 된 것.

대안으로 마련된 정부안은 현행 국세기본법 시행령상 합동회의 부의사유에 '국세청장이 부의를 요청하는 경우'나 '기타 국세행정이나 납세자의 권리 의무에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를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도 국세행정에 대한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인용결정)조세불복건에 대해선 합동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이 판단을 오직 조세심판원만이 할 수 있었는데, 국세청(국세청장)도 가질 수 있도록 부의사유 범위를 넓힌 것이다. 

특히 '국세청장이 요청한 경우'라는 부분을 명확히 적어, 모든 인용결정건에 대해 국세청이 재의권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법에는 명시가 되지만 국세청의 조세심판 결정에 재의권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국세청장이 인용 사건에 대해 합동회의에 부의할 것을 요청했더라도,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조세심판원장이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불만사항을 말할 수 있다'는 정도의 공식 '소통창구'가 마련된 정도 의미인 셈이다.  

다만 국세청은 궁극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재의권 확보를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큰 고액 사건에 대해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관계기관 간 협의를 거쳐 세제실에서 보완책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판원의 심판결정에 오류를 시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